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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ul 23. 2021

왜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았어요?

영어로 말만 잘하는 것보다 한국어로 깊은 사고를 하기를 바랐다.

굳이 선택하자면, 나는 영어로 말만 잘하는 것보다, 한국어로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몇 년 전 유교전에서 유아기 시중 영어 콘텐츠들이 어떠한지 개인적으로 궁금하여 몇 군데 부스를 구경했다. 소비시장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모르나, 상담 시, 유독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바로 아이가 이미 영어시작 시기가 늦었으며 두 돌 전에 시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아직 두 돌도 안된 첫째였는데, 한국어도 이제 시작하여 미숙할 때인데, 그때부터 영어 노출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글쎄.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노출을 하고, bilingual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Second Language가 아니라 Foreign Language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노출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고, 아직 우리말 코드도 머릿속에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당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영어 코드를 굳이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한국말로 원하는 표현을 자유롭게 유창하게 하는 지금은, 굳이 영어로 말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우리 애에게 전달해줄 영유아 영어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이번엔 또 왜냐하면, 우리 아이는 현재 책을 보더라도 영어로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한 것, 상상한 것, 사고한 것, 관찰한 것을 한국말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예쁜 그림 한편을 보고,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어 엄마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그 마음이 더 크기에,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영어보다는 아이가 현재 더 원하는 "우리말과 사고력, 표현력"에 더 관심을 기울여주고 싶다.

물론, 현재 우리 아이가 chunk로 통 암기된 문장들을 잘 말하는 것을 보면, 노출이 주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보고 느낀다.

하지만, 아이에게 영어의 목적은 native-like performance가 아니다.

영어는 아이가 향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도와주는 tool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영어 그 자체가 그 목적이 되진 않기에, basic communicative skills, 그것도 본인의 goal을 성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박하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말만 잘하는 것보다는 사고력이 깊은 아이, 살아갈 수 있는 힘,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로 자라는 것이 나에게는 당장 더 큰 관심이어서 그랬을까?

그 둘이 겹쳐진다면야 당연히 금상첨화겠지만, 그 둘을 동일한 양으로 노출시켜주지 못하는 게 지금 나에게 닥친 현실적인 환경 같아 보였다. 이는 사람마다 물론 다르므로, 그 둘이 함께 적용되는 아이도, 집안도 있을 것이다.

언어학에서는 결정적 시기(이후 CP, Critical Period)라는 가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발음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그 외의 측면에서는 꼭 CP가 아닌 다른 요소들이 합해져서 함께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학습자도 high motivation, intensive training, massive input 등을 겸비하여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빠를수록 좋다는 그 연령이 몇 세인지는 아이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는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일 준비된 시기가 빠를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유치원 때일 수도, 초등학교 저학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찍 시작할수록 그 성장 속도도 빠르다고 비례한다고만은 볼 수 없기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준비된 시기를 잘 관찰하였다가 적시에 input을 잘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CP가 아니어도 아이가 배우는 환경이나 동기,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의 사회적/심리적 요소가 함께 존재하기에, 빠를수록 좋다는 말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노출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엔 동의한다. 몰라도 잘 따라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저절로 습득이 되는 환경 또한 학습이라는 인위적인 요인을 가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기에, 자신감이나 흥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언어뿐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함께 익히고 발달시키는 영유아 시기인 만큼, 외국어 하나의 요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가 더 필요로 하는 분야들은 무엇인지, 그것들과의 조화 또한 함께 맞추어 나가는 것 또한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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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첫째가 한국 나이 네 살 때, 유치원을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했던 글입니다. 그런데, 아홉 살이 된 현재에도 당시와 비슷한 생각을 가져가고 있음에 용기 내서 생각을 나누어봅니다. 물론 사람마다 교육관과 생각이 다르므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감안해 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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