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어릴 때는 생일이라고 하면, 같은 반 친구들 다른 반 친구들이랑 모여서 매점에서 불량 식품 사 먹기 바빴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밥상 하나 차려 먹기 힘들다.
엄마가 끓여주던 미역국, 가끔 운 좋으면 해 주던 갈비, 내 생일이 금요일이나 주말이면 할 수 있는 외식.
지금은 아무 때나 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그때의 기쁨과 추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생일이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모두가 묻는다.
"뭐 갖고 싶어? 필요한 거 있어?"
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조차 모른다.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모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싫어하는 음식 하나 없이 모든 음식을 좋아했는데,
그땐 내가 편식 없는 잘난 아이인 줄 알았다.
커서 보니 취향 없이 자라 건강한 어른이에 불가하다.
취향이 없다는 건 색채가 없다는 것과 동일하다.
어느 곳에 가 있어도 눈에 띄게 적응 못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감기에 걸렸다는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도 내가 안부를 물은 것조차 모른다.
취향이 없다는 건 아주 많은 갈래 길에서 방향을 잃은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
그 어느 것 하나 분명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뭐 하나 못하는 것이 없었는데.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다.
참. 애매하다.
고등학교 정도 됐을 땐 나의 정체성을 애매한 재능을 가진 아이 정도로 정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정체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참 노력했는데,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의 발버둥만 들킬 뿐,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나의 발버둥을 들켰을 때,
내가 조금 더 노력했다면 바뀌었을까.
성인이 된 이후라도 바뀌었다면 지금이 조금 다를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미련이 남은 건지,
그럼에도 반짝이던 그때 그 시절의 내가 부러운 건진 모르겠다.
27살이 된 지금은,
난 이런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잘난 것도 없고, 특출 난 것도 없지만.
여러모로 애매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나니까.
그럼에도 나니까,
살아가야 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