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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Jan 07. 2019

호주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지름신은 66만원짜리 항공편으로 나를 유혹했다

지난 12월, 회사를 잠시 쉬는 중인 나는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딸과 함께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전세계 많은 여행지를 두고 하필 왜 호주였냐? 그 이유는,

1.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다. 따뜻한 곳에 가고 싶었다. 남반구에 있어 여름에 접어드는 호주는 이 점에서 아주 좋은 조건.

2. 이제 아주 어리진 않지만 아직은 아이인 딸을 동반하기에, 너무 험하지도 않고 내가 어느 정도 아는 곳을 선호했다. 호주는 오래 전이지만 이미 한 번 다녀와본 곳이고 치안도 괜찮고 영어가 통한다.

3. 지인이 있다. 나처럼 아빠-딸 조합으로 골드코스트에 어학연수를 먼저 떠난 지인이 있고, 나도 딸을 데리고 그 어학연수를 같이 갈까 고민 상담을 했었기에 얼굴 볼 겸 다녀오게 되었다.


이 세 가지 훌륭한 이유를 두고도 바로 결단을 못 내리고 고민한 것은, 고민하는 사이 확 올라버린 겨울 호주행 항공권 가격 때문이었다. 겨울에 따뜻한 곳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 아닐테니. 그나마 아이들 학교가 방학전이라, 조금이라도 일찍 떠나는게 방학 가격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며칠동안 항공권 가격 비교 앱인 스카이스캐너를 뒤적이고 있던 중, 눈에 띄는 항공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샤먼 항공'의 66만원짜리 시드니 왕복 항공권! 직항은 150만원이 넘고, 경유편도 대개는 100만원 언저리 가격을 받는 이 겨울 시즌에 특정일 출발, 특정일 도착편의 샤먼 항공 항공편만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받는 것이었다. 출발일은 내가 표를 발견한 날로부터 3일 후. 딱 하루 고민 후, 출발 2일 전, 당장 여행을 떠나라는 지름신의 계시를 받고(정확히는 그런 계시가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항공권을 결제했다. 

처음의 섣부른 우려와 달리 매우 멀쩡(?)했던 샤먼 항공

샤먼 항공. 여러분들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공사에는 미안하게도 먼저 샤머니즘이 떠올랐다. 아니 최첨단 기술로 안전 운항을 해도 모자랄판에 샤머니즘이 항공사 이름으로 웬말인가... 했으나 다행히 이건 중국의 '샤먼(Xiamen)', 그러니까 그런 이름의 도시를 본거지로 둔 항공사의 명칭이였다. 이 때만 해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었으나 나중에 알게 되기로는 꽤나 괜찮고 멋진 도시였다, 경유하느라 너무 짧게 들린게 아쉬워 다음에 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다가 대한항공이 속한 스카이팀 멤버라는 것에서(그 덕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 구경도 해봤네, 스카이팀이 18년말 제2터미널로 모두 옮겨감), 아 그들도 아주 허접한 항공사면 안 끼워줄텐데 웬만큼은 되는 곳이구나 하고 막연한 안심을 했다. 실제로 타본 경험에도 항공기 상태나 서비스나 큰 불만은 없었다. 딱 하나, 국제선 항공편임에도 승무원들이 내게 주구장창 중국말로 말을 걸었다는 것 빼고는. 아무리 내가 외모상 중국인과 구분이 안된다 해도(실화냐...) 시드니발 샤먼행 국제선이면, 승객이 아시아계 호주인이거나 경유편 이용하는 제3국 국민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항공권과 여권을 들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출발!

남은 2일 간은, 벼락치기 여행 준비로 매우 바빴다. 아이가 가고 싶은 곳과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 업 해서 도시간 이동하는 국내선 항공편이 저렴한 날 선정하고 예약하기, 숙소 위치와 각 숙소별로 더 저렴한 날을 탐색하여 예약하기, 현지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 검색하고 예약하기 등등... 원래 나는, 특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해외 여행은, 여행 준비에 시간과 정성을 매우 쏟는 편이다. 숙소는 이런저런 후기는 물론 구글맵/스트릿뷰로 주변 골목까지 다 들여다 본 후에 예약하며, 현지에서 거의 시간 단위로 무슨 일을 어디서 할 지, 돈은 얼마나 쓸지를 미리 예상하여 계획표를 짜는 스타일이다. 이번 여행은 그런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벌인 거였다.


아무튼, 여차저차 다녀온 호주 여행기, 그리고 중국 샤먼 여행기를 조금씩 풀어놓는 것으로 이 공간을 한동안 채워보고자 한다. 

시드니 공항 착륙 전 내려다 보이던 시드니 시내. 하버브리지와 오페라우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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