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드로잉 16년 11월 ~17년 2월 까지
언제쯤 마지막 장을 볼까 걱정했던 스케치북도 어색한 그림들로 채웠습니다. 이렇게 스케치북으로 모은 그림들을 나중에 펼쳐보면 새벽에 쓴 편지처럼 혹은 가스레인지 위의 오징어처럼 수줍게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쓰던 연습장도 몇 년이 지난 지금의 스케치북도 모두 마찬가지로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계속 모으는 이유는 그 부끄러움도 즐거움이라 그렇습니다. 그날에 먹었던 커피와 기쁜 일들 혹은 화가 나고 답답한 상황, 속상해서 그림으로 기분을 풀던 하루 다양한 기분들이 고스란히 스케치북에 녹아듭니다.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사진으로 하루를 남기지만 저는 펜으로 그림으로 그날에 있던 장소나 기억을 남깁니다. 이제는 습관처럼 스케치북과 펜을 챙기고 남는 시간에 몸에 베인 행동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하나의 놀이 또는 의식 같은 존재로 오랜 시간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
그럼 다음 스케치북을 열심히 채우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2017 .02 .09
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