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생각을 하고 살자.
굶주린 배를 움켜 잡고 주방으로 갔을 때 악어의 입처럼 쩌억 벌린 밥통을 보니 허기가 더 밀려왔다.
싱크대의 밥솥을 씻고 쌀을 넣어 다시 밥을 해야 하지만 내 생전에 밥통을 그려본 경험이 없기에 수첩과 펜을 꺼내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밥통을 응시하며 그리기 시작했다.
가끔 아무것도 아닌 또한 관심의 대상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그릴 때면 변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내 그림은 다 그렸고 그리고 싶은 욕구를 충만하게 채웠지만 허기의 외침은 아직도 밥을 원하고 있었다.
그냥 밥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게 훨씬 이성적이겠다 후회했지만 아마 밥을 먼저 했다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잊었을게 분명하다.
며칠이 지나서야 "아!.. 밥통!" 그러겠지.
2016년 01월 27일
지극히 사소한 그림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