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언제쯤이면 내 차례가 올까? 난 뭘 하는 걸까? 하루종일 파친코를 했어. “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 긴 휴식이라고 말이야. “
“긴 휴식?”
“항상 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어떤 걸 해도 안 될 때가 있잖아. 그럴 때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신이 주신 휴식이라 생각하고 힘들게 뛰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애쓰지 말고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 봐.”
“그러면?”
“좋아져.”
“아마도.”
“아마도. 건배!”
롱베케이션 에피소드 2 중에서.
적당히 일하고 쓸 만큼 버는 삶. 적당히 가지며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선에서 노는 삶. 그런 삶을 위해 일하고 그것마저 안될 때쯤 파친코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든, 연극을 보러 다니든 내 인생의 목적이 되는 것에 과감하게 뛰어들 필요가 있다.
뭘 해도 안 되는. 한숨만 나오는.‘아홉수’라는 긴긴 휴식기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나의 여름 방학 일기를 시작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