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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단단 Jan 15. 2024

한주를 시작하는 아침 독서일기

1일, 명상록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읽는 시간이 생긴다.


새벽 6시 기상하면 그냥 멍하게 보내기엔 준비시간이 너무나 길고, 더 큰 이유는 바깥의 추위 덕분에 쉬이 침대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까닭이다. 사실 이렇게 매일 아침 긍정확언을 외친다는 나도 추운 아침에 일어나는 건 고역이다. 신이 왜 월요일 아침을 주셨을까. 생각하며 골몰한다. 그러나 태초부터 월요일이 헬요일이 될 거라는 법은 없었고, 이것 또한 인간의 법칙이지. 생각하곤 다섯까지 세고 겨우 침대에 앉아 15분 명상을 하고, 모닝페이지를 쓴다. 하루를 지탱해 주는 자존심 덕분에 (?) 거의 4의 반의 반, 반의 반의 반! 외치고 나올 때가 많다. 그리곤 책장으로 가서 항상 읽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펼쳐봄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 몇 세기나 지난 타인의 일기장을 읽는 아침의 기분은, 묘하다. 어제 서점에서 봐둔 몇 권의 에세이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정신을 눈앞의 책으로 집중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흉상 (출저: 네이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1년, 제국의 수도 로마에서 태어났다. 아우렐리우스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로마 공화정 시대의 최고 관직인 집정관을 3번이나 지냈던 명문가였는데.

다만, 할아버지만큼이나 유명했던 아버지가 일찍 죽는 바람에 그는 외가에서 자라고 있었다. 전해 오는 기록에 따르면 아우렐리우스는 황제가 사랑할 만한 소년이었단다. 그는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렸다. 타고난 건강 체질은 아니었지만 달리기, 레슬링, 매사냥 등으로 몸을 단련하는 데도 열심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아마 아침마다 일기를 쓰는 일만 봐도, 내면을 단련하는데도 열심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내내 일기를 쓰며 자신을 수양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철학적이기까지 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지나친 욕심과 쾌락 추구는 결국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어떠한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 Apatheia)을 강조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에 따라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십 대 무렵부터 깨달은 바가 있어 따뜻한 침대를 버리고 항상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잤고, 최고의 오락거리였던 검투사 시합과 마차 경기도 멀리했다. 다른 건 몰라도 따뜻한 차렵이불과 푹신한 매트리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침대를 바깥으로 빼내지는 못하겠지만, 그처럼 종이에 명상한 내용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겠지.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와 영어 회화연습, 독서하기로 결심했으니 우울이라는 굴레를 잠시 벗어 나와 사회인으로서, 현대판 섹스토스와 막시무스처럼 살아봐야겠다. 하루를 계획할 때는 섹스토스처럼 ‘인생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원리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의 가장이자 1인 사업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하루를 운영해 본다. 하루를 계획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 사업가들이며 대표 경영자이니까. 문득 사업이라는 가치관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섹스토스로부터는 인자함, 가장이 잘 다스려나가는 가정의 모범적인 모습, 자연과 본성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것, 가식이 없는 위엄과 장중함, 친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알지 못하고 말하는 자들과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자들에 대한 인내와 관용을 알게 되었다. 31p

막시무스에게서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는 것, 한 번 결심을 했으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것, 병을 앓을 때나 그 밖의 다른 그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 것을 보았고, 온유함과 위엄이 잘 조화되어 있는 성품의 모범을 보았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아무런 불평 없이 해내는 것을 보았다. 34p


나는 오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오늘 하루도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일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면서 (I get to go to work)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본받아야겠다. 나쁜 점도 항상 배우고 고쳐가면서.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잊지 않기로. 내가 그 나쁜 예의 사람도, 좋은 예의 사람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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