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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단단 Feb 27. 2024

아무것도 아닌 나, 때로 좋다.


오랜만에 낙산 공원 벤치에 반쯤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줄곧 출퇴근을 반복해 오며 내 인생의 뒤나, 앞만 줄곧 바라보다가 위를 올려다보니 새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구름을 따라 하늘을 요리조리 돌려보니 내가 완벽한 구체인 어항 속에 갇힌 느낌이 든다. 갑자기 내가 그 속에 갇힌 먼지 한 톨만큼의 존재 같아서 갑자기 안심이 되었다.

 초라해진 게 아니라, 안심이 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 인생에 들이닥쳤던 거창한(해 보였던) 일들이 다소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하늘과 저 너머의 것들을 상상하다 보면 진로든, 인생의 최종 목적이든 노후든 그저 무엇을 결정해야 한다는 욕심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려고 한다. 휴무날은 시간이 느리게 가니까. 책만 읽다가 아래로 두기만 했던 시선을 위로 올려본다. 그저, 내가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런 기분이 때로 감사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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