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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해빗 Jul 30. 2023

이것도 쓰레기였어?

뜻밖의 쓰레기


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바로 내 삶의 어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쓰레기는 곳곳에 쌓여 있었다. 내가 집 밖에서 나서면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다 돈인 것처럼 내 움직임 하나하나에 쓰레기가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아 나와도 갑자기 더운 날씨에 시원한 탄산음료가 당기는 날이면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는 것 또한 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고 플라스틱 용기와 내용물 안전을 위해 비닐 포장, 배달받은 후에는 비닐을 뜯기 위한 일회용 커터칼까지… 배달음식을 시키면 배달용기는 물론 이동 중에 음식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장으로 파생되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았다. 

배달 음식 하나를 시켜 먹어도 너무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었다. 음식 배달로 인한 쓰레기라고 생각하면 고작 음식을 담은 일회용품 용기, 일회용 수저 정도였는데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꾸고 보니 그릇과 수저 외에도 용기를 담은 비닐봉지, 포장을 뜯기 위한 커터 칼, 단무지를 담은 비닐봉지 등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아 미처 ‘쓰레기’로 인지하지 못한 뜻밖의 쓰레기가 있었다. 



이런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은 처리할 때도 스트레스였다. 배달 음식은 식사 준비와 정리에 대한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귀찮음을 핑계로 이용하는데, 실링기로 밀봉해 플라스틱 용기와 딱 붙어서 도무지 분리배출을 하려고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비닐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 기분 좋은 배부름을 잊을 만큼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이었다. 배달 음식을 먹고 난 뒤 남은 일회용 젓가락과 숟가락, 커터 칼들은 주방 싱크대 한편에 보관해 두었는데, 계속되는 배달 음식으로 인해 차곡차곡 쌓여 나중에 싱크대 서랍을 열어봤을 땐 우리 집에 이렇게나 많은 일회용품이 있었다니 소름이 돋았다. 


이런 경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있었다. 

계절이 따뜻한 봄에서 더운 여름으로 넘어갈 때쯤 드레스룸에 있는 옷들을 재정비했다.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정리의 신이 되고자 열의가 넘쳐 시스템장을 구역별로 나누어 나름대로 열심히 정갈하게 정리를 했다. 올해 입지 않은 옷과 올해는 안 입었지만 앞으로 입을 일이 있을 것 같은 옷, 정말 안 입은 지 오래된 옷들 그렇게 칼 같은 기준에 살아남은 옷들을 옷걸이에 하나씩 정성껏 걸어 두었다.  버리는 옷은 의류에 걸려있던 옷걸이들을 하나하나 빼서 바닥에 두었다. 2시간 정도 옷장 정리를 하다 보니 바닥에는 버리는 옷만큼 쌓여진 옷걸이들이 있었다. 이 옷을 다 언제 버리나 막막하던 찰나에 내 시선에는 옷걸이가 보였다. 

플라스틱 사이에 있는 이케아에서 산 종이 옷걸이


여태 옷장정리를 몇 번을 해도 옷걸이가 눈에 들어온 적은 없었는데 옷걸이가 쓰레기로 보이는 것이다.

시선이 간 옷걸이를 바닥에서 다시 들어 올려 손에 쥐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보니 소재는 플라스틱이고 어깨에서 의류가 밀려나지 않도록 고무 소재가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두 가지 소재가 혼합된 쓰레기였다. 혼자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옷걸이가 꼭 굳이 플라스틱이어야 할까?’

옷걸이 외에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굳이 플라스틱이어야 할 물건들은 정말 많다. 


또 다른 뜻밖의 쓰레기는 매년 생일이 돌아오면 무조건 등장하는 케이크였다. 기념일에 빠질 수 없는 케이크! 케이크를 포장하는 상자도 쓰레기이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케이크 칼 또한 나에겐 뜻밖의 쓰레기였다. 케이크는 보통 집에서 축하 노래와 함께 자르는데 일반적인 가정집에는 칼이 늘 있고, 사실 케이크 칼이 따로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빵 전용 칼을 사용하면 군더더기 없이 더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카페처럼 음료를 받을 컵을 다회용 잔 or 일회용 잔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빵집에서도 케이크 칼을 받을지 안 받을지 선택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밖에서 축하를 할 땐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니까.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을 바꾸고 나니 미처 인지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쓰레기였고

한 번의 쓰임만으로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일회용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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