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여름을 담은 한 그릇, 도토리묵무침
유난히 더운 여름날, 아무리 시원한 음료를 마셔도 속은 허전하고, 밥상 앞에서도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떠오르는 건 탱글탱글한 식감과 매콤새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도토리묵무침이다.
놀랍게도 이 음식은 신석기 시대부터 우리 곁에 있었고, 임진왜란 때는 임금의 피난길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단순한 여름 별미를 넘어, 오랜 세월 사람들의 건강과 허기를 달래온 음식인 셈이다.
맛있는 도토리묵무침을 만들려면 손질부터 섬세해야 한다. 도토리묵 특유의 떫은맛을 부드럽게 없애고 탱글함을 살리고 싶다면 끓는 물에 1분 정도만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주면 된다.
여기에 먹기 좋게 썬 묵, 아삭한 오이, 향긋한 깻잎과 상추를 준비하면 절반은 완성된 셈이다.
이제 맛의 핵심, 양념장 차례다. 간장 3큰술에 고춧가루 1.5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설탕이나 올리고당 1큰술을 넣어 단짠의 균형을 맞춘다.
여기에 참기름 1큰술과 통깨를 넉넉히 뿌리면 고소한 향이 완성된다. 준비한 묵과 채소 위에 양념장을 고루 끼얹고, 손끝으로 가볍게 버무리면 입맛을 깨우는 도토리묵무침이 완성된다.
도토리묵은 100g당 40~60kcal로 부담 없는 저열량 식품이면서도 수분이 많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다이어트에도 좋다.
‘아콘산’ 성분은 몸속 중금속과 노폐물을 흡착해 배출하고, ‘타닌’은 지방 흡수를 억제하며 장을 튼튼하게 한다.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은 노화를 늦추고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오늘 저녁, 시원하게 무쳐낸 도토리묵 한 접시를 식탁에 올려보자. 입안에서 톡톡 튀는 양념과 부드러운 묵이 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줄 것이고,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까지 함께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