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대신, 수증기로 지켜내는 초록빛 건강의 비밀
브로콜리는 늘 건강한 식단의 주인공처럼 우리 곁에 있다. 초록빛 꽃봉오리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콕 찍어 먹는 그 맛은 어릴 적 식탁 위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조심스레 챙겨 먹던 브로콜리가 사실은 속이 빈 강정처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브로콜리에는 ‘설포라판’이라는 강력한 항암 성분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성분은 처음부터 그 안에 온전히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글루코라파닌’이라는 보물상자와, 이를 여는 열쇠 같은 역할의 효소 ‘미로시나아제’가 각각 따로 존재하고, 우리가 브로콜리를 썰거나 씹을 때 이 둘이 만나 비로소 설포라판이 생겨난다.
문제는, 이 열쇠가 생각보다 너무 여리다는 것이다. 끓는 물에 1분만 데쳐도, 미로시나아제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만다. 결국 우리는 보물상자를 열지도 못한 채, 빈껍데기만 삼키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보물과 열쇠를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해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찌는 것’. 그것도 단 1분만. 수증기를 이용한 찜 조리는 브로콜리를 아삭하게 살리면서도, 열에 민감한 효소를 최대한 보호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찜기에 손질한 브로콜리를 올리고, 딱 1분만 뚜껑을 닫아 두자. 짧은 그 시간 안에 브로콜리는 충분히 익고, 수용성 비타민 C도 지켜낼 수 있다.
이미 데쳐버렸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땐 설포라판을 다시 깨워줄 ‘비밀의 열쇠’를 다른 채소에서 빌려올 수 있다.
고추냉이나 겨자, 생 양배추, 루꼴라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미로시나아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브로콜리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이 효소들이 브로콜리 속 잠자고 있던 설포라판을 다시 깨어나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초고추장 대신, 겨자소스나 생채를 곁들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브로콜리는 여전히 슈퍼푸드다. 하지만 그 힘은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데치기보다 찌기, 무심함보다 배려, 그 작은 차이가 브로콜리를 더 건강한 한 그릇으로 완성시켜 준다.
오늘 저녁, 찜기 뚜껑을 열며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이 초록빛 식탁의 주인공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맛도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아주 쉽고 다정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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