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와 같이 먹으면 영양소 파괴되는 조합
여름이면 꼭 생각나는 채소가 있다. 바로 오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아삭함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시원한 수분감은, 마치 더위에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짧은 휴식 같다.
더운 날씨에 입맛이 뚝 떨어진 날, 오이냉국 한 그릇이나 초간단 오이무침 한 접시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싶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여름의 친구에게도 알고 보면 숨겨진 단점이 있다.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다정하게 다가오지만, 때로는 좋은 걸 앗아가버리는 존재처럼.
오이 안에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이름의 효소가 들어 있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하는 일은 꽤 명확하다. 비타민 C를 산화시켜 없애버리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 그래서인지 김밥을 쌀 때 오이와 함께 꼭 들어가는 당근, 샐러드에 자주 곁들이는 토마토가 사실 오이와는 영 좋지 않은 조합이라고 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이 채소들이 오이와 함께 생으로 섭취되는 순간, 그 영양소가 사라질 수 있다니, 건강을 생각해 만든 음식이 알고 보면 텅 빈 영양소 무침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효소는 산과 열에 약하다는 점이다. 샐러드를 만들 땐 식초나 레몬즙을 살짝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가끔은 요리라는 게 정답보다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한편,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 장어와도 오이는 그리 좋은 궁합은 아니다.
느끼한 기름기를 잡아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장어의 지방과 오이의 찬 기운이 위장 안에서 충돌하며 복통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예전 어르신들이 장어구이엔 꼭 생강을 곁들이셨던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따뜻한 성질의 생강은 장어의 기름짐을 잡아주는 동시에, 몸에도 부담을 덜 주는 조화로운 조합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상대는 누구일까? 의외로, 정답은 ‘돼지고기’다. 오이에 풍부한 칼륨이 돼지고기의 짠맛과 잘 어울리고,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도 오이의 청량한 식감이 말끔히 씻어준다.
그래서일까, 삼겹살 한 점에 새콤하게 무친 오이무침을 곁들여 먹는 그 조합은 늘 정답처럼 느껴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 입맛에 스며들어온 지혜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속에도 이렇게 말 없는 궁합이 있고,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냉장고 속 오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며, 누구와 만나야 더 빛날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오이가 그저 시원한 채소가 아니라, 여름의 작은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