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맛 살리는 진짜 된장 고르는 법
비가 오락가락하고 습기가 눅눅하게 맴도는 장마철, 그럴 땐 유독 된장찌개가 생각난다.
밥 한 숟갈 위에 진하게 끓인 된장국물 한 수저 떠 얹으면, 마음마저 뜨끈해지는 기분.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끓인 된장찌개는 종종 식당에서처럼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재료 탓일까, 내 솜씨가 부족한 걸까. 그런 고민 끝에 알게 된 진실 그 모든 맛의 출발은 ‘된장’ 자체에 있다는 것.
된장은 단순히 찌개를 끓이는 조미료가 아니라, 시간을 담은 발효 식품이다. 그래서 고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그 ‘시간’이 성분표 안에 들어 있는지 여부다.
제품 뒷면, '원재료명'에 적힌 첫 줄이 바로 답을 말해준다. 좋은 된장은 대개 세 가지 재료로만 이루어져 있다. ‘대두’, ‘천일염’, 그리고 ‘물’.
이 간단한 조합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진짜 된장의 힘이다. 특히 ‘국산 대두’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더욱 믿을 수 있다. 대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된장의 구수한 풍미를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눈여겨볼 것은 소금. 평소엔 그냥 넘겼던 '천일염'과 '정제염'의 차이가 찌개의 맛을 가른다는 걸, 직접 비교해보고서야 깨달았다.
천일염은 바닷바람을 머금은 듯 짠맛이 부드럽고 미네랄이 살아있어, 된장의 짠맛마저 한결 여유롭고 깊다.
하지만 마트에 가보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 '조미 된장'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설탕’, ‘물엿’, ‘액상과당’, ‘향미증진제’ 같은 단어들이 빼곡한 성분표. 맛을 일정하게 만들고 조리 시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 속엔 발효의 기다림 대신 인공적인 단맛과 감칠맛이 자리하고 있다.
편리함도 좋지만, 나는 가끔 그 구수한, 오래된 장독대에서 퍼온 듯한 된장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성분표가 단순할수록, 된장 고유의 풍미가 살아 있는 재래식 된장을 찾게 된다.
좋은 된장을 골랐다면 이제 그 맛을 오래 지키는 보관이 중요하다. 된장은 숨을 쉬는 발효 식품이라 공기와의 접촉에 민감하다. 한 번 개봉한 된장은 밀폐용기에 옮겨 담고, 냉장고 속 온도가 비교적 안정된 야채칸에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어릴 적 할머니께 배운 대로 된장 표면에 위생 비닐을 착 붙여 덮거나, 마른 김 한 장을 올려두곤 한다. 그렇게 하면 공기 접촉이 줄어들어 색이 변하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걸 막아준다. 이 작은 정성이 된장의 맛을 한결같이 지켜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오늘 저녁, 된장찌개가 생각난다면 마트 된장 코너 앞에서 잠시 멈춰보자. 천천히 성분표를 읽고, 진짜 된장을 고르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밥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구수한 맛 뒤에 숨어 있는 진심과 시간을 음미하며, 오늘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