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사일" 방어 대신 먹기 좋은 이 생선

겨울엔 방어, 여름엔 부시리

by 데일리한상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게 있다. 붉고 선명한 빛깔의 살 위에 곱게 박힌 지방,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방어의 맛.


추운 날씨와 잘 어울려 미식가들조차 고개를 끄덕이는 겨울의 진미다. 하지만 땀이 흐르는 여름날, 그 기름진 맛은 오히려 무겁게 다가온다.

busiri2.jpg 바닷속의 부시리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예부터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름을 사는 우리는 어떤 바다의 맛으로 위안을 얻어야 할까.


바로 그때 등장하는 것이 있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날렵하게 헤엄치는 부시리, 바다의 미사일이라 불리는 여름의 주인공이다.


busiri1.jpg 물속에 있는 부시리 / 게티이미지뱅크


부시리는 길고 날렵한 몸매로 작은 물고기와 오징어를 사냥하는 대형 어류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두 미터에 육박할 만큼 힘이 좋고, 푸른 등 위로 선명한 노란 띠가 지나가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시리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이유는 삶의 주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방어가 산란을 마친 뒤 힘이 빠지는 여름과 달리, 부시리는 바로 이 계절이 산란기다.


산란을 앞두고 몸속에 영양을 가득 채우니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도 풍부해진다. 그래서 여름의 부시리는 맛뿐만 아니라, 오메가-3 지방산과 단백질, 비타민D가 풍성해 몸을 지치기 쉬운 계절에 든든한 보양식이 되어준다.


busiri3.jpg 얼음 위에 있는 부시리 /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들이 방어와 부시리를 헷갈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뚜렷한 차이가 있다. 입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부시리는 입꼬리가 둥글게 말려 부드럽고, 방어는 직각에 가까운 각을 지니고 있다.


몸매 또한 다르다. 방어가 상대적으로 납작하고 넉넉한 체형이라면, 부시리는 이름처럼 길고 날렵해 마치 물속에서 번개처럼 움직이는 듯하다. 그 위를 지나가는 선명한 노란 띠는 부시리만의 또렷한 표식이기도 하다.


busiri6.jpg 부시리 회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이 멋진 여름의 선물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 단연 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겨울 방어의 진득한 지방이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맛이라면, 여름 부시리는 훨씬 담백하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단단하고 서걱거리는 그 식감이 독특해, 씹는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잊기 힘든 경험이 된다. 회로 즐기다 보면 “아, 여름은 역시 부시리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busiri4.jpg 쟁반위에 있는 부시리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툼한 살은 스테이크처럼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그 담백한 풍미가 극대화된다.


또한 육질이 단단해 오랫동안 양념에 조리해도 쉽게 부서지지 않으니, 무와 감자를 곁들여 매콤하게 끓여낸 조림이나 칼칼한 매운탕으로도 손색이 없다.


여름밤 식탁 위, 부시리 한 점이 놓이면 땀 흘린 하루가 괜히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종종 “겨울에는 방어”라는 익숙한 공식을 떠올리며, 여름에는 좋은 횟감이 없다 아쉬워하곤 한다. 하지만 바다의 시간은 언제나 계절마다 다른 선물을 준비해둔다.


내년 여름, 횟집 수족관 앞에서 잠시 망설이게 된다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부시리를 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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