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에 속 숨은 약초” 떡쑥은 왜 귀한 손님상에만 올랐을까?
바람이 조금씩 따뜻해질 즈음, 들판을 걷다 보면 풀잎 사이로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작고 보드라운 풀잎 하나가 눈에 띈다. 흔한 쑥처럼 생겼지만, 그 결이 훨씬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품고 있는 식물, 바로 떡쑥이다.
햇살 좋은 날, 흙냄새 가득한 산자락에서 이 풀을 만나면 어릴 적 쑥떡을 쪄내던 부엌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떡쑥은 '풀솜나물'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하얀 솜털을 잔뜩 두른 줄기와 잎은 마치 안개가 내려앉은 듯 신비롭다. 귀쑥, 솜쑥으로도 불리는 이 들풀은 예부터 떡을 만들 때만 특별히 사용되던 귀한 재료였다.
한번에 많이 채취하기 어렵고 손질도 번거로워, 평소 식탁에 자주 오르기보단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그 정성을 담아 꺼내놓는 존재였다.
떡쑥으로 만든 떡은 일반 쑥떡과는 확연히 다르다. 떫거나 거친 맛이 없고, 향은 더 부드러우며 깊다. 입안에 넣으면 은근한 단맛이 배어 나오고, 그 부드러운 식감이 혀끝에 오래 남는다.
이른 봄에 딴 어린 떡쑥을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짜고 잘게 다진 뒤, 불린 멥쌀과 함께 쳐서 만든 떡 반죽은 오랜 시간과 손길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요즘은 전통을 살리되 팥소를 넣어 달콤함을 더하거나, 제철 과일을 곁들여 색다른 풍미를 내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떡쑥의 은은한 향과 살짝 쌉싸래한 맛이 부드러운 단맛과 만나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건강 간식으로 변신한다.
떡쑥은 단지 맛있는 식재료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서국초'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약초로 활용해왔다. 『동의보감』에는 이 풀을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재로 기록하고 있으며, 폐의 기운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봄철 미세먼지로 기관지가 예민해질 때, 떡쑥을 넣어 만든 차 한 잔이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꽃이 피기 직전의 전초를 말려 달여 마시거나, 외용으로 사용할 땐 진하게 달인 물로 헹구거나 생풀을 찧어 환부에 붙이기도 했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데에도 쓰였다고 하니, 이 들풀이 지닌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떡쑥은 지금도 여전히 들판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을 것이다. 흔히 지나치는 쑥 사이에 숨어 있지만, 한 번 눈에 익히고 나면 다시는 헷갈릴 수 없는 특별한 존재.
전통과 계절을 잇는 이 풀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들녘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오늘은 떡쑥을 한 번 떠올려보자. 향기로운 한 조각 떡처럼, 잊고 지냈던 봄의 감성이 입 안에 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