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위에 올리면 감칠맛 폭발! 여름 별미의 정체

조선시대부터 담근 여름 젓갈, 밴댕이젓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

by 데일리한상

여름의 초입, 바다는 뜻밖의 선물을 내어준다. 바로 밴댕이다. 1년 중 단 며칠, 서해 연안에 몰려드는 작은 물결 같은 생선을 잡아 염장해 담근 밴댕이젓은 오래 묵혀야 깊은 맛이 난다고 여겨지는 다른 젓갈들과는 조금 다르다.


짧은 순간의 신선함을 담아내기에, 오히려 계절의 정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별미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할머니 댁 장독대에서 풍겨오던 밴댕이젓 냄새를 기억한다.


처음에는 낯선 그 향이 다소 세게 느껴졌지만, 따끈한 밥 위에 올려 한입 넣는 순간 퍼지던 고소하고 깔끔한 맛은 그 어떤 반찬보다 특별했다. 비리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오래 남는 그 풍미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bandaengi3.jpg 밴댕이젓 / 게티이미지뱅크

밴댕이는 멸치보다 작고 살이 연하지만, 단백질 분해 효소 덕분에 발효되면서 더없이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인지 밴댕이젓은 조선 시대 기록에도 등장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이미 밴댕이젓이 귀한 식재료로 소개되어 있었고, 100여 년 전 인천과 서천의 사람들은 된장국에 곁들여 먹기도 했다고 한다. 긴 세월을 건너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bandaengi5.jpg 밴댕이 / 게티이미지뱅크

밴댕이젓을 먹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흰 쌀밥 위에 올려 먹는 것이다. 짭조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다른 반찬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진가는 요리 속에서 더 빛난다.


된장찌개에 멸치 육수 대신 반 스푼만 넣어도 국물의 깊이가 달라지고, 김치찌개에 넣으면 묵직한 풍미가 더해진다. 특히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좋아, 된장이나 고추장에 살짝 섞어 쌈장을 만들면 평범한 고기 한 점이 특별해진다.

bandaengi2.jpg 밴댕이를 넣은 찌개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날에는 밴댕이젓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비빔국수에 넣어보자. 고추장과 참기름, 식초의 매콤새콤함에 밴댕이젓의 감칠맛이 더해지면 시원한 그릇 한 그릇이 완성된다.


밴댕이젓은 유리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제 맛을 오래 지킬 수 있다. 담근 지 3개월가량은 그대로 먹어도 부드럽고, 시간이 흐르며 맛이 깊어지면 찌개나 김치 양념으로 활용하면 좋다.

bandaengi1.jpg 밴댕이를 넣은 찌개 / 게티이미지뱅크

그야말로 계절의 선물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지혜라 할 수 있다. 짧은 순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밴댕이, 그리고 그 신선함을 그대로 담아낸 밴댕이젓.


올여름, 따끈한 밥 한 그릇에 밴댕이젓을 올려 먹으며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여름의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저녁, 작은 한 점이 전해주는 바다의 깊이를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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