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베어 물면 과일 같은 맛, 이 채소의 비밀

여름의 색을 닮은 반전 채소, 수박무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여름이라는 계절은 늘 입맛을 앗아가곤 한다. 찌는 듯한 더위에 밥상 앞에 앉아도 숟가락이 잘 가지 않을 때, 문득 수박무를 떠올린다.


겉모습은 평범한 초록빛 무 같지만, 칼끝이 스칠 때 드러나는 선명한 붉은 속살은 언제 보아도 놀랍다. 마치 수박을 닮아 붙은 이름처럼, 여름날 작은 기쁨을 선물해 주는 채소다.

watermelon-radish5.jpg 반으로 자른 수박무 / 게티이미지뱅크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 그리고 은은히 감도는 단맛 덕분에 사람들은 ‘과일무’라고도 부른다. 샐러드 위에 올리면 빛깔이 먼저 마음을 끌고, 얇게 썰어 피클로 담가두면 무심히 꺼내 먹는 순간에도 입안이 상쾌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박무가 빛을 발하는 자리는 여름 동치미다. 시원한 국물 속에서 퍼지는 붉은 색은 그 자체로 한여름의 갈증을 달래는 풍경 같다.


이름조차 아름답다. ‘청피홍심무(靑皮紅心蕪)’, 푸른 껍질 속에 붉은 마음을 지녔다는 뜻. 중국에서 건너온 순무의 한 갈래로, 일반 무보다 수분이 많고 당도도 높아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watermelon-radish4.jpg 그릇에 담긴 얇게 썬 수박무 / 게티이미지뱅크

열량이 낮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속도 편안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날, 수박무 몇 조각 곁들이면 더부룩했던 속이 한결 나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혹적인 건 그 붉은 빛에 숨어 있는 안토시아닌이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몸속 불필요한 활성산소를 잡아내며, 혈관을 깨끗하게 지켜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watermelon-radish6.jpg 얇게 썬 수박무 /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무 특유의 소화 효소, 그리고 장운동을 돕는 식이섬유가 더해지니 여름철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무청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구수한 향과 함께 영양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버릴 것이 없는 채소다.


집에서 동치미를 담글 때면 조금은 설렌다. 껍질을 벗긴 수박무를 도톰하게 썰어 소금과 설탕에 잠시 절이고, 배와 양파, 쪽파를 준비한다. 청양고추를 곁들이면 깔끔한 맛에 살짝 매운 기운이 더해진다.

watermelon-radish2.jpg 고추, 양파를 넣어 담근 수박무 동치미 / 푸드레시피

마늘과 생강즙을 풀어 만든 국물을 부어 하루 이틀 숙성시키면, 냉장고 속에서 기다리던 동치미가 어느새 여름밤의 갈증을 씻어주는 최고의 별미가 된다.


물론 수박무도 주의할 점이 있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이기에 신장 기능이 약한 이들은 섭취 전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한 제약이 없다면, 여름철 식탁에서 이보다 반가운 선물은 드물다.

watermelon-radish3.jpg 얇게 썬 수박무 / 게티이미지뱅크

겉은 평범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화려한 수박무.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아삭하게 씹으며, 몸에는 건강을 채워주는 자연의 보석 같은 존재다.


올여름,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 혹은 샐러드 한 접시로 이 매력적인 채소와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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