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선 골칫덩이, 식탁에선 별미 되는 이 식물

생태계와 식탁을 오가는 조릿대의 두 얼굴과 활용법

by 데일리한상

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발치에 낮게 엎드린 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대나무 같은 풀을 만나곤 한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이 식물, 바로 조릿대다.


생김새는 투박하고 억세지만, 알고 보면 오랜 세월 우리의 밥상과 약상자 속에서 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온 반전의 존재다.

joritdae1.jpg 조릿대 / 국립생물자원관

조릿대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뿌리를 뻗어 군락을 이루는 힘이 워낙 강해서, 때로는 산림의 다른 식물들을 밀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설악산이나 한라산에서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분류되어 관리 대상이 되지만, 또 어떤 지역에서는 토양 유실을 막는 데 기여하는 고마운 방패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같은 식물이지만 서 있는 자리에 따라 ‘괴물’이 되기도 하고, ‘수호자’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joritdae7.jpg 조릿대를 넣고 끓인 된장국 / 푸드레시피

그런데 이 조릿대가 식탁 위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잎은 질기고 털이 많아 그대로 먹기 어렵지만, 데쳐 말리면 놀라울 만큼 부드럽게 변한다.


강원도 산간에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조릿대 잎을 묵나물로 저장해 두었다가 구수한 된장국에 넣어 별미로 즐기곤 했다. 『동의보감』에도 조릿대 잎, 즉 죽엽이 답답한 열을 내려주고 기침과 가래를 삭이는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현대 과학 역시 조릿대 속 페놀성 화합물이 항산화와 항염 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나는 예전에 지리산에서 만난 산골 어르신이 해주신 조릿대 나물을 아직도 기억한다.

joritdae4.jpg 조릿대 / 국립생물자원관

들기름에 무쳐낸 단출한 한 접시였는데,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산의 바람처럼 마음을 맑게 해주었다. 말린 잎을 덖어 만든 조릿대 차 역시 기관지를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한 음료가 되고, 어린 순은 죽순처럼 찜이나 튀김으로도 즐길 수 있다.


손질에는 조금의 정성이 필요하다. 잎 표면의 잔털을 깨끗이 씻어낸 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내면 풋내가 사라지고 식감이 좋아진다.

joritdae8.jpg 조릿대 무침 / 푸드레시피

데친 잎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바로 요리에 쓰거나, 바람이 잘 드는 그늘에 말려 보관하면 1년은 두고 먹을 수 있다. 다만 습기 많은 여름철엔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밀폐 용기에 건조제와 함께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법에 따라 매력도 달라진다. 나물로 무치면 들기름 향이 고소하게 어울리고, 국물 요리에는 쇠고기 육수가 잘 맞는다. 줄기는 된장에 박아 장아찌로 담그거나 어린 순으로 김치를 만들어도 그 맛이 근사하다.

joritdae5.jpg 눈 덮인 조릿대 / 게티이미지뱅크

조릿대는 산에서는 억센 번식력으로 골칫덩이가 되지만, 부지런히 손질해 밥상 위에 올리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보약으로 바뀐다.


자연이 내어준 이 양면적인 선물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 저녁, 잊힌 듯하지만 깊은 지혜가 깃든 조릿대 나물 한 접시로 자연의 두 얼굴을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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