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인 줄 알았던 이것, 알고 보니 여름 밥상 주인공

잡초라 불렸던 여름의 별미, 털별꽃아재비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한여름의 햇살이 숨 막히게 내려앉는 오후, 길가의 빈터나 밭두렁을 지나다 보면 하얗고 노란 작은 꽃들이 수줍게 피어 있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깻잎처럼 생긴 잎사귀 사이로 고개를 내민 그 풀, 이름조차 낯선 ‘털별꽃아재비’. 평소엔 그냥 지나쳤던 잡초였지만, 알고 보면 여름철 입맛을 되살려주는 놀라운 나물이다.


털별꽃아재비는 사실 우리 땅의 토종은 아니다. 이름처럼 잎과 줄기 전체를 흰 털로 감싸 안은 이 식물은 멀리 중남미에서 건너와 한반도에 정착한 귀화식물이다.

teolbyeolkkotajebi5.jpg 털별꽃아재비 / 국립생물자원관

처음엔 관상용으로, 혹은 사료용으로 들여왔지만 번식력이 워낙 강해 어느새 전국 곳곳에 퍼졌다. 사람의 발끝이나 동물의 털에 씨앗을 붙여 이동하며, 이제는 우리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이름 속 ‘아재비’란 ‘닮은 것’이란 뜻으로, 별꽃과 닮았지만 털이 있어 그렇게 불린다. 참 정겨운 이름이다.


이 풀의 가장 큰 매력은 ‘삶아도 사라지지 않는 아삭함’에 있다. 다른 나물처럼 데치면 금세 흐물거릴 것 같지만, 털별꽃아재비는 오래 끓여도 그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남는다.

teolbyeolkkotajebi1.jpg 털별꽃아재비 무침 / 푸드레시피

은은한 쑥 향이 감돌고, 살짝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반찬이 되고, 된장국에 넣으면 구수한 국물이 한층 깊어진다. 봄철에는 부드러운 어린 순을 통째로 먹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잎만 골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teolbyeolkkotajebi2.jpg 털별꽃아재비 / 국립생물자원관

예전에는 약재로도 쓰였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동주초(銅酒草)’라 불리며 염증을 가라앉히고 출혈을 멎게 하는 약초로 귀히 여겼다. 편도선이 붓거나 상처가 날 때, 그 즙을 이용해 치료하던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의 지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안전한 식재료로서 즐기는 것이 더 알맞다. 아직 성분 분석이나 연구가 충분하지 않으니, 다른 나물처럼 적당히, 천천히 맛보는 것이 좋다.

teolbyeolkkotajebi6.jpg 털별꽃아재비 / 국립생물자원관

털별꽃아재비의 이야기는 ‘잡초’라는 이름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던 풀 한 포기에도, 그 나름의 쓰임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언젠가 밭두렁을 지나며 다시 이 꽃을 마주친다면, 그저 스쳐 지나치지 말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자. 작고 평범한 풀잎 하나가 여름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순간을 떠올리며 — 오늘은 그 아삭한 생명을 한입에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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