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물에 등장한 이 생선, 어민들도 놀랐다!

도루묵이 전해준 바다의 이상한 계절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올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도루묵. 찜으로, 조림으로, 구이로 — 그 담백한 맛은 겨울의 별미이자 강원도 바다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여름의 그물에서도 도루묵이 걸려 올라온다고 한다. 어민들조차 “이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마치 계절이 길을 잃은 듯, 바다의 시계가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다.


도루묵은 원래 11월에서 12월, 알이 차오르는 겨울에 가장 맛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여름철에도 이 생선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dorumuk1.jpg 양념 된 도루묵 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그 변화의 배경에는 바다의 온도가 있다. 57년 동안 동해의 표층 수온은 무려 2도 이상 상승했고, 그 속도는 전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차가운 물결 속을 헤엄치던 생명들이 이제는 따뜻한 바다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도루묵의 살은 부드럽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칼슘과 인, 오메가-3 지방산까지 갖춘 건강한 식재료다. 그런데 나는 이 생선을 볼 때마다 이름의 유래가 먼저 떠오른다.

dorumuk4.jpg 불판에 올린 도루묵 / 게티이미지뱅크

임진왜란 당시 피난 중이던 선조가 이 생선을 맛보고 그 맛에 반해 ‘은어’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가, 훗날 다시 먹어보니 예전 맛이 아니라며 “도로 목어라 하라”고 명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


왕의 입맛 하나로 이름이 바뀌었던 이 생선이, 이제는 인간이 바꾼 기후에 따라 제철마저 바뀌고 있다니 — 그 아이러니가 참 씁쓸하다.


기후 변화는 도루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동해를 가득 채웠던 명태는 이제 자취를 감추었고, 살오징어는 귀한 ‘금징어’가 되어버렸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제주 근해의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살던 방어나 삼치다.

dorumuk5.jpg 깻잎에 올린 도루묵 회 / 푸드레시피

바다의 지도는 그렇게 서서히 다시 그려지고 있다. 바다는 말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도루묵은 수온 변화에 민감한 생물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를 ‘지표생물’이라 부른다. 도루묵이 여름에 잡힌다는 건, 바다의 계절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바다가 보내는 이 미묘한 신호를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을까.

dorumuk6.jpg 도루묵 찜 / 게티이미지뱅크

언젠가 겨울의 도루묵이 진짜 ‘추억 속 생선’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기후 위기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 여겼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식탁 위에 오른 여름 도루묵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제, 당신은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잡히던 그 생선이 한여름의 그물 속에 등장한 지금, 우리는 바다의 경고를 외면할 수 없다. 도루묵의 쓸쓸한 귀환이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 — 기후의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의 일상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오늘 저녁 식탁에 도루묵이 올라온다면, 잠시 그 맛을 음미하며 바다의 속삭임을 들어보자. 계절을 잃은 물고기 한 마리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그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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