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식탁에 꼭 올려야 할 이 잎의 반전 효능!

상추 대신 치커리 한 장이 전하는 여름의 미학

by 데일리한상

여름 저녁,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늘 그렇듯 상추를 펼쳐 쌈을 싸려다 문득, 쌉쌀한 치커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 독특한 맛 덕분에 한때는 샐러드 전용 채소쯤으로 여겼지만, 알고 보면 치커리는 우리의 건강을 세심하게 돌보는 ‘은근한 조력자’다. 쓴맛 뒤에 숨은 깊은 효능은 여름철 식탁 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치커리의 쌉쌀한 맛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 속에는 ‘인툴린(Inulin)’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자리하고 있다. 몸에 흡수되지 않은 채 장으로 들어가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이 수용성 식이섬유는, 마치 장 안의 정원을 가꾸듯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chicory4.jpg 그릇에 담긴 채소와 치커리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치커리는 ‘천연 인슐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돕기 때문이다. 게다가 락투신과 락투코피크린이라는 성분은 소화를 도와주고 간의 담즙 분비를 촉진해, 기름진 음식을 즐긴 날이면 더욱 반가운 존재가 된다.


생으로 먹을 때, 치커리는 그 본연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아삭한 질감과 시원한 쌉쌀함이 고기의 느끼함을 씻어내고, 입안에는 깔끔한 여운이 남는다. 사과나 오렌지를 곁들이면 단맛과의 대비가 참 좋고, 견과류를 더하면 식감의 조화가 완성된다.

chicory5.jpg 끓는 물에 데치는 치커리 / 푸드레시피

쓴맛이 조금 부담스러울 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보자. 열을 받은 치커리는 놀랍게도 단맛이 도드라지며 부드럽게 변한다. 된장국에 살짝 넣어 끓여도 구수한 맛이 깊어진다.


치커리는 뿌리까지 버릴 게 없는 채소다. 말려서 볶으면 카페인이 없는 커피 대용차가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커피 수입이 막히자 이 치커리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 역사를 떠올리면, 우리가 잎을 먹는 지금의 방식도 오래된 전통의 한 조각처럼 느껴진다.

chicory3.jpg 그릇에 담긴 치커리 샐러드 / 게티이미지뱅크

신선한 치커리를 고를 때는 잎이 선명한 녹색을 띠고, 줄기 끝까지 단단한 탄력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자. 누렇게 변한 잎은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신호다.


집으로 가져오면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 용기에 담고, 냉장고 속에서 조용히 숨을 쉬게 하면 된다. 하지만 너무 오래 두지는 말자. 치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쓴맛이 진해지니, 구입 후 3~4일 안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chicory2.jpg 그릇에 담긴 치커리 샐러드 / 푸드레시피

한 장의 치커리를 고기와 함께 싸서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은은한 쌉쌀함이 퍼진다. 그리고 그 순간, 건강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고 신선한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상추 대신 치커리를 식탁 위에 올려보자. 그 작은 변화가 여름의 피로를 덜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쓴맛 뒤에 숨어 있던 달콤한 건강, 오늘은 그 한 장의 초록빛 잎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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