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없이 다정한 여름나물, 참비름 이야기
가끔은 여름의 밥상이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위에 입맛이 사라지고, 냉장고 속 반찬마저도 시들해질 때. 그럴 때면 어릴 적 시골 밭두둑에서 흔히 보이던 참비름이 떠오른다.
한때는 그저 잡초처럼 여겨졌던 풀이지만, 요즘은 그 소박함 속에 담긴 영양과 부드러움 덕분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참비름은 비름나물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나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거의 없어, 어린아이도, 어르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름의 초입부터 왕성하게 자라나 더위에 지친 입맛을 깨워주는 이 나물은, 그 자체로 여름의 선물 같다.
시장을 거닐다 선명한 초록빛의 잎과 연한 줄기를 마주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참비름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끓는 물에 소금을 살짝 넣고 잠깐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낸 뒤, 된장 한 숟갈과 다진 마늘, 고소한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면 된다. 그 순간, 참비름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내게 만드는 반찬으로 변신한다.
그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치아가 약한 어르신도, 나물을 꺼리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젓가락을 뻗는다. 쓴맛이 없으니 겉절이처럼 생으로 무쳐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도 구수한 향이 그득 퍼진다.
참비름의 매력은 맛에만 있지 않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속엔 건강한 성분이 가득하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데친 참비름 100g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시력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금치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하니, 여름철 피로로 지친 몸에 얼마나 든든한 식재료인지 알 수 있다. 칼륨이 많아 나트륨 배출을 돕고, 칼슘과 철분도 풍부해 온 가족이 함께 먹기 좋은 건강 밥상 재료다.
동의보감에서는 참비름을 ‘마치현(馬齒莧)’이라 부르며 열을 내리고 독을 푼다고 적어두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풀이 가진 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선한 참비름을 고를 땐 잎이 무르지 않고 선명한 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너무 굵은 줄기보다는 부드럽고 어린 줄기가 더 맛있다.
금새 시들기 쉬운 채소이니 가능하면 바로 조리해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남은 것은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꼭 짜서 밀폐 용기에 담으면 2~3일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조금 더 오래 두고 싶을 땐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냉동해 두면 국이나 찌개에 바로 넣어도 좋다. 이렇게 보면 참비름은 그저 평범한 풀이 아니라, 우리의 여름 밥상을 조용히 지탱해주는 착한 채소다.
무더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고 건강을 챙겨주는 푸른 친구. 올여름, 참비름 한 줌으로 상을 차려보자.
부드럽고 담백한 그 맛 속에서 어느새 잊고 지냈던 여름의 정취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 그 초록빛을 한 번 맛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