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두렁마다 지천인데… 미식가만 안다는 이 나물

알아보는 순간, 평범한 풀 한 포기가 달라진다

by 데일리한상

여름이 깊어갈수록 화단과 길가에는 붉은 좁쌀 같은 꽃을 피운 여린 풀들이 고개를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잡초가 자랐구나’ 하며 지나치지만, 그 속에 숨은 보석 같은 식물이 있다. 바로 여뀌다.


이름도 낯설지만, 예로부터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향긋한 향과 쌉쌀한 맛으로 여름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귀한 산나물로 통한다.

yeokgwi1.jpg 여뀌 / 국립생물자원관

여뀌는 마디풀과 식물로 종류가 참 다양하다. 우리가 식용으로 즐기는 것은 ‘참여뀌(Persicaria longiseta)’로, 길쭉한 잎과 붉은 마디가 특징이다. 줄기를 꺾으면 은근히 톡 쏘는 풀 내음이 퍼지는데, 그 향 속에는 여름의 산과 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뀌의 쌉쌀함은 유기산과 탄닌 성분 덕분이며,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준다. 또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루틴(Rutin)과 비타민 C가 풍부해, 몸속까지 산뜻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yeokgwi3.jpg 여뀌 / 국립생물자원관

나는 여뀌를 처음 맛봤을 때 그 특유의 향에 잠시 멈칫했지만,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그 쌉싸름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여뀌 장아찌는 여름 내내 밥상 위를 책임지는 반찬이다.


데친 여뀌를 소금에 살짝 절인 뒤, 간장과 식초를 섞은 양념장에 담가두면 하루 이틀 만에 맛이 들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달은 거뜬하다. 밥 한 숟가락에 올려 먹으면 입안에 퍼지는 그 향긋함이 참 정겹다.

yeokgwi6.jpg 접시에 담긴 여뀌나물 / 푸드레시피

된장국에도 여뀌는 제격이다. 데친 여뀌를 넣으면 구수한 된장 맛 사이로 은근한 향이 스며들어 한결 깊은 맛을 낸다. 고추장에 살짝 무쳐 나물로 먹거나, 기름에 마늘과 함께 볶으면 향이 한결 부드러워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린잎은 들기름과 된장, 다진 마늘로 가볍게 무쳐 생채로 먹으면 여름 밥상에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여뀌를 볼 때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도시의 화단이나 공원, 하천가에서 자라는 여뀌는 아무리 탐스러워 보여도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 된다.

yeokgwi4.jpg 여뀌 / 국립생물자원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매연이나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깨끗한 산지에서 재배된 여뀌를 구입하거나, 직접 작은 화분에 키워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뀌가 가진 생명력과 향의 변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yeokgwi2.jpg 여뀌 / 국립생물자원관

여뀌는 우리에게 아주 단순한 사실을 일깨운다. ‘가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그냥 잡초라 여겼던 풀 한 포기가 그 이름과 쓰임을 아는 순간, 여름의 향을 담은 귀한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 저녁, 밥상에 여뀌 한 젓가락을 올려보자. 쌉싸름한 향 속에서 자연이 건네는 여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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