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 핀다고? 알고 보면 봄나물의 숨은 주인공

냉이 사이에서 피어난 또 하나의 봄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봄 들녘을 걷다 보면, 냉이 잎 사이로 노랗게 피어난 작은 꽃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처음엔 냉이꽃인 줄 알고 지나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그 노란 꽃의 주인공은 바로 ‘꽃다지’.


이름도, 생김새도 소박하지만, 알고 보면 봄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냉이와 닮아 ‘노란 냉이’라 불리지만, 꽃다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둘 다 십자화과에 속하지만, 냉이는 하얀 꽃을 피우고, 꽃다지는 노란 꽃으로 봄 햇살을 닮았다.


잎도 조금 다르다. 냉이는 민들레처럼 톱니가 깊게 파여 있고, 꽃다지는 작고 주걱처럼 둥근 모양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짧은 털이 잎을 가득 덮고 있어, 바람이 불면 잔잔한 빛이 일렁인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어쩐지 순하고 단정하다.

kkotdaji4.jpg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맛 또한 닮은 듯 다르다. 냉이는 특유의 쌉쌀하고 톡 쏘는 향으로 봄 입맛을 깨우지만, 꽃다지는 부드럽고 향긋하다. 그래서인지 나물 초보자들에게는 오히려 꽃다지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살짝 데쳐 양념에 무치면 은근한 향이 퍼지며, 봄 밥상의 공기가 한층 밝아진다. 쓴맛이 없으니 생채로도 좋다.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버무리거나, 비빔밥 위에 생잎을 듬뿍 올리면 봄 들판의 향이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온다. 냉이보다 한결 부드럽고, 그래서 더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kkotdaji3.jpg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어릴 적 할머니는 봄이 오면 밭둑에서 꽃다지를 한 줌 꺾어 오셨다. 냉이보다 향이 약하다고 하시며 “이건 속이 편해서 좋다”고 웃으셨다.


된장과 들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치던 손끝의 온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 따뜻한 밥상 위에 놓인 꽃다지 나물은, 봄의 냄새 그 자체였다.

kkotdaji2.jpg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꽃다지는 예로부터 나물뿐 아니라 약초로도 귀하게 여겨졌다. 동의보감에는 기침을 멎게 하고 소변을 원활히 돕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씨앗 또한 약재로 쓰였는데, 기침과 부종을 다스리는 ‘정력자(葶藶子)’와 혼용되기도 했다.


이는 비슷한 식물들을 자연스럽게 구분하지 않고 넓게 쓰던 옛사람들의 지혜이자,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kkotdaji1.jpg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요즘 연구에 따르면 꽃다지에는 항산화 작용을 돕는 플라보노이드, 면역력을 높여주는 사포닌 등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다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냉이가 봄을 크게 울리는 북소리라면, 꽃다지는 그 옆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선율 같다. 강렬하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정겹고 고요한 힘이 있다.


들판 한켠에서 피어난 노란 꽃 몇 송이 속에도 자연의 마음은 담겨 있다. 올해 봄, 냉이 대신 꽃다지를 한 번 데쳐보자. 그 부드러운 향 속에서 봄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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