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을 알아보는 눈은 언제나 섬세함에서 시작된다
여름의 문턱에 서면 시장 한켠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생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납작하고 윤기 나는 몸매, 손끝으로 느껴지는 매끈한 감촉. 이름표엔 ‘병어’라 적혀 있지만, 사실 그중엔 진짜 병어가 아닌 녀석도 섞여 있을지 모른다.
‘덕대’라는 이름의 사촌 때문이다. 두 생선은 놀라울 만큼 닮았지만, 맛과 가격,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결이 다르다. 그래서 이 둘을 구분할 줄 아는 눈은 어쩌면 미식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병어는 남해와 서해의 진흙 바닥에서 자란다. 늦봄부터 여름, 산란기를 앞둔 병어는 몸속에 영양을 가득 채운다. 지방이 적당히 올라 살이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절정에 이른다. 그 시기의 병어는 마치 여름 바다가 내어준 순백의 맛 같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병어를 “뼈가 연하고 맛이 달다”고 기록했다. 찜으로, 조림으로, 혹은 신선한 것은 회로도 손색이 없다.
살은 깨끗하게 떨어지고, 비늘은 거의 없어 손질도 쉽다. 그래서 병어 한 마리를 다루다 보면, 그 부드러움 속에 담긴 여유가 느껴진다.
반면 덕대는 병어보다 크고, 지방의 풍미가 훨씬 진하다. 같은 병어과지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종종 병어를 덕대로 착각해 더 비싼 값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느러미를 보는 것이다. 덕대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앞부분이 낫처럼 길게 뻗어 있다.
병어는 그보다 짧고 둥글다. 또 덕대의 꼬리 지느러미는 깊게 파인 V자 모양인데, 병어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잠시 눈여겨본다면, 그 미묘한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병어의 매력은 단지 맛에만 있지 않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류를 맑게 하고, 비타민 D는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단백질 또한 질이 좋아, 성장기 아이들이나 기력이 약한 어르신에게도 좋다.
다만 바다 생선 특성상 중금속 축적의 우려가 있어, 임산부라면 일주일에 40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자연이 주는 제철의 맛은 언제나 적당히,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길 때 가장 깊게 다가온다.
시장 좌판 위, 얼음 위에 반짝이는 은빛 생선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와 닮은 것의 차이는 어쩌면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눈에는 시간과 경험이 깃든다.
병어와 덕대, 이름은 다르지만 둘 다 여름의 바다가 품은 귀한 선물이다. 오늘 저녁, 찜솥에 병어 한 마리 올려보자.
부드럽게 풀리는 살점 사이로, 바다의 향이 피어오를 것이다. 여름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담백한 위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