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만 찾아오는 바다의 보약

겨울 해풍이 빚어낸 응축된 생명의 맛, 과메기

by 데일리한상

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포항 구룡포를 비롯한 동해안 덕장에는 겨울의 전령사, '과메기'가 내걸립니다.


청어나 꽁치를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말려가는 그 풍경은 마치 시간이 빚어내는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인고의 시간 속에서 생선 특유의 비린내는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추고, 대신 쫄깃한 식감과 응축된 감칠맛이 자리를 채웁니다.


가끔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날, 제철 맞은 과메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 그 고소한 풍미가 온몸으로 퍼지며 기운을 돋워주곤 합니다. 단순한 별미를 넘어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을 가득 품은 '바다의 보양식'을 마주하는 순간이지요.


눈을 꿰뚫어 완성한 '관목'의 유래와 청어의 귀환

image.png 손질된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우리가 지금 즐기는 과메기의 원조는 꽁치가 아닌 '청어'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과메기라는 이름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이었던 '관목(貫目)'에 닿게 됩니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고 해서 '눈을 꿰뚫는다'는 뜻의 관목이라 불렸는데, 이 단어가 경상도 방언을 거치며 오늘날의 다정한 이름인 '과메기'가 되었답니다.


1960년대 이후 청어가 귀해지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동해안에 청어가 돌아오면서 원조의 맛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기름진 꽁치도 매력적이지만, 가끔은 쫄깃하고 달착지근한 청어 과메기의 깊은 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바람 속에서 36% 더 짙어지는 오메가3의 기적

image.png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가 지닌 가장 놀라운 마법은 건조 과정에서 영양소가 폭발적으로 농축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혈관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오메가3(DHA, EPA)의 함량은 생물 상태일 때보다 무려 36%나 더 많아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메기 100g에는 약 7.9g의 오메가3가 들어있는데, 이는 생물 꽁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지요. 이 착한 지방산은 우리 혈관 속 나쁜 콜레스테롤을 씻어내고 혈액 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든든한 파수꾼이 되어줍니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이나 부모님의 치매 예방을 생각한다면, 겨울 바다가 건네는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햇살을 대신해 뼈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의 온기

image.png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해가 짧아 햇볕 쬐기가 유독 힘든 겨울철이면 우리 몸은 비타민 D 부족을 호소하곤 합니다. 그럴 때 과메기는 훌륭한 대안이 되어줍니다.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단단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막아주는 비타민 D가 듬뿍 들어있으니까요.


여기에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와 세포의 산화를 막아주는 핵산까지 풍부하니, 찬 바람에 거칠어진 피부와 떨어진 체력을 보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쫄깃한 과메기를 씹으며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기분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미역과 다시마, 바다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건강한 조화

image.png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가 겨울철 최고의 술안주로 꼽히는 것은 그 속에 든 '아스파라긴산' 덕분이기도 합니다. 알코올 분해를 돕고 간세포를 보호해주는 기특한 성분이지요.


과메기를 먹을 때 우리가 흔히 미역이나 다시마, 김 같은 해조류를 곁들이는 것은 맛의 조화를 넘어선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해조류의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과메기의 풍부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몸에 너무 많이 흡수되지 않도록 조절해주거든요. 다만 퓨린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이라 요산 수치가 높은 분들은 조금씩 아껴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 해풍이 정성껏 빚어낸 과메기 한 점에는 오메가3와 비타민 D 등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응축된 영양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투박한 생선이 쫄깃한 보약으로 변신하는 그 신비로운 과정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싶어요.


밖은 춥지만, 마음만은 고소하게 채우고 싶은 저녁, 붉은 속살이 탐스러운 과메기 한 쌈으로 건강한 식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오늘 한 번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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