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모금,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유독 몸이 무거운 아침이 있습니다. 습관처럼 주방으로 향해 얼음이 가득 담긴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실지, 아니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차를 마실지 고민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 말이죠.
단순히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은 선택이 사실은 우리 하루의 기분과 소화 상태를 결정짓는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샌디에이고주립대(SDSU)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마시는 음료의 온도가 불안감이나 수면의 질, 심지어는 장 건강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삼켰던 얼음 한 조각이 우리 몸의 미묘한 균형을 흔들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비가 오거나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이면 유독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온기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곤 하거든요. 웰니스 전문가들은 이 느낌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따뜻한 음료가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휴식과 소화’ 모드를 활성화하기 때문이지요. 따스한 기운이 미주신경을 부드럽게 두드리면 심박수는 낮아지고,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살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따뜻함’이라는 감각 자체가 우리 뇌에 ‘이제 안전해, 안심해도 돼’라는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우리를 구해주는 셈입니다.
반대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마시는 아이스커피 한 잔의 유혹은 참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소 소화기가 예민한 분들이라면 그 시원함 뒤에 찾아오는 복부 팽만감이나 더부룩함에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찬 음료가 위장에 닿으면 우리 몸의 혈관은 순식간에 수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화 효소의 분비가 더뎌지고 위장의 움직임도 움츠러들게 되죠.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더운 계절에 찬 음료를 즐겼던 아시아계 참가자들 사이에서 복부 팽만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합니다. 내 입은 즐겁지만 내 속은 조금 힘겨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온도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손발이 유독 차거나 혈액순환이 더딘 분들은 냉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요.
이번 연구를 이끈 티안잉 우 교수는 음료의 온도가 어떤 병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이 불안이나 불면, 소화불량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정답은 외부의 연구 결과보다 내 몸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는 데 있습니다. 내가 어떤 온도를 마셨을 때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지, 밤잠을 설치지 않는지 스스로를 관찰해 보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내 몸의 소리보다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하는 입맛에 더 집중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짜릿한 차가움인지, 아니면 나를 보듬어줄 은은한 온기인지 말이에요.
자신의 체질과 컨디션을 고려해 음료의 온도를 선택하는 것,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과 몸이 가장 편안해지는 온도의 차 한 잔을 나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오늘 한 번 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