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피어나는 하얀 그리움, 호빵과 찐빵 이야기

호호 불어 나누던 온기 속에 숨겨진 50년의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찬 바람이 문틈 사이로 스며들 때면, 편의점 앞이나 시장 어귀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둥근 빵들을 보며 우리는 습관처럼 ‘호빵’ 혹은 ‘찐빵’이라 부르곤 하지요.


사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이 간식들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작고 귀여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찐빵이 김에 쪄서 만든 빵을 통칭하는 다정한 이름이라면, 호빵은 1971년 어느 식품회사가 겨울날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정성껏 지어낸 상표명이었거든요.


뜨거운 빵을 ‘호호’ 불어 먹고,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하길 바랐던 그 이름 속에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치 않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바닥에 붙은 종이 한 장이 들려주는 제조의 정성

image.png 호빵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손에 쥔 빵 뒤집어 보았을 때 나타나는 얇은 종이 한 장, 그것이 바로 호빵과 찐빵을 나누는 아주 소박한 기준이 됩니다.


시장 가마솥에서 젖은 면보를 깔고 투박하게 쪄낸 옛날식 손 찐빵은 바닥이 매끈한 살결 그대로를 드러내곤 하지요. 반면, 공장에서 정갈하게 빚어져 전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호빵은 서로 몸을 기대어 엉기거나 기계에 눌어붙지 않도록 바닥에 작은 종이 받침을 꼭 붙이고 나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솥단지의 찐빵이 시장 사람들의 투박한 인심을 닮았다면, 종이 옷을 입은 호빵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을 지켜준 다정한 이웃을 닮았습니다.


핫케이크 가루로 빚어내는 15분간의 작은 기적

image.png 찐빵 / 게티이미지뱅크

문득 집 안 가득 달콤한 팥 내음을 채우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전통 방식대로 밀가루를 반죽하고 긴 시간 발효를 기다리는 일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질 때, 핫케이크 가루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이미 부풀 준비를 마친 가루에 우유와 달걀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하고, 그 속에 팥앙금을 소복이 채워 넣으면 준비는 끝이 납니다. 찜기에 젖은 천을 깔고 15분 정도만 기다려 보세요.


이때 뚜껑을 면보로 감싸 수증기 눈물이 빵 위로 떨어지지 않게 다독여주면, 매끈하고 뽀얀 나만의 찐빵이 완성됩니다. 기다림은 짧아지고 나누는 기쁨은 더 길어지는, 우리 집만의 소박한 베이커리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이름보다 소중한 건 함께 나누는 따스한 마음

image.png 찐빵 / 게티이미지뱅크

누적 판매량 60억 개라는 놀라운 숫자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건, 그 둥근 빵 하나를 반으로 갈라 친구와 연인, 가족과 나누어 먹던 우리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상표명이 보통명사가 될 만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호빵의 역사 속에는, 가장 추운 순간에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서려 있습니다.


시장 솥단지의 찐빵이든 공장에서 온 호빵이든, 하얀 김 속에 담긴 고소한 맛은 언제나 우리를 미소 짓게 하니까요. 오늘 저녁,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빵 한 봉지를 품에 안고 소중한 사람에게 달려가 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그 따뜻한 한 입, 오늘 한 번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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