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부터 겉절이까지, 고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과 보관 팁
누군가는 고수 앞에서 찬란한 초록빛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 향만으로 고개를 돌린다.
쌀국수 위에 살짝 올려진 고수 한 줌이 식탁 위의 갑론을박을 불러오는 걸 보면, 이 작은 채소가 지닌 존재감은 꽤나 대단하다.
처음엔 낯설고 강하던 향이, 어느새 빠져나오기 어려운 중독성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고수는 단순한 식재료라기보단 하나의 취향, 혹은 모험에 가깝다.
고수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잎은 실란트로, 씨앗은 코리앤더로 불리며 동남아와 중동, 남미 요리에서 널리 쓰인다.
그런데 왜 어떤 이들은 이 향을 감귤처럼 상쾌하게 여기고, 또 어떤 이들은 비누 맛이라며 피하는 걸까?
그 이유는 타고난 유전자에 숨어 있다. 향을 감지하는 유전자 중 일부가 특정 향을 불쾌하게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리법에 따라 고수는 충분히 다정하게 다가올 수 있다.
요즘은 고수의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 국물요리에 살짝 얹으면 향이 살아나면서도 텁텁한 맛을 정리해주고, 삼겹살 쌈에 곁들이면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씻어낸다.
특히 고수 겉절이는 고수를 처음 시도해보는 이들에게도 비교적 부담 없는 시작점이 된다. 양파와 간장, 식초, 고춧가루, 올리고당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삼겹살이나 밥과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나는 가끔 고수로 페스토를 만들기도 한다. 바질 대신 고수, 잣 대신 해바라기씨를 넣고 갈아보면, 생소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소스가 완성된다.
과카몰리에 살짝 다진 고수를 더하면 멕시코의 태양이 입 안 가득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라면 위에 송송 썬 고수를 올려보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고수 특유의 향이 라면 국물의 무게를 덜어내고, 개운함을 살짝 얹어준다.
사실 고수는 건강 면에서도 놓치기 아까운 재료다. 비타민 K 함량은 상추보다 두 배 이상 높고, 항산화 성분인 퀘르세틴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씨앗인 코리앤더는 소화를 도와주는 효능이 있어 중동 지역에서는 차로도 즐긴다. 식탁 위의 생초록 한 줌이 단지 향신료 그 이상인 이유다.
고수를 오래 즐기려면 보관법도 중요하다. 뿌리가 붙어 있다면 유리컵에 물을 담고 세워두는 것이 좋고, 잎은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고에 넣으면 싱싱함이 꽤 오래 유지된다.
뿌리가 없을 경우엔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고, 오래 두고 쓰고 싶다면 잘게 썰어 얼음 틀에 물이나 올리브유와 함께 얼려두면 국이나 볶음에 간편하게 쓸 수 있다.
고수는 한 번의 시도에서 진가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조리법 하나, 보관법 하나만 바꿔도, ‘샴푸 맛’이라는 선입견은 ‘상쾌한 풍미’라는 찬사로 바뀔 수 있다.
오늘 저녁, 고수 한 줌을 식탁 위에 살짝 얹어보자. 낯선 그 향 너머에, 예상하지 못한 미각의 세계가 열릴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