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에 숨은 보이지 않는 위험
삼겹살 한 점을 아삭한 상추에 싸서 먹는 순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만족감이 밀려온다. 신선한 잎채소는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영양의 균형까지 챙겨주는 든든한 친구다.
그런데 이 건강의 상징 같은 채소가, 때론 우리 몸을 조용히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들으면 마음이 살짝 불편해진다.
그 중심에는 ‘STEC(Shiga toxin-producing E. coli)’, 시가 독소를 만드는 대장균이 있다. 이 균은 단순히 배탈을 일으키는 수준을 넘어, DNA를 손상시키는 ‘콜리박틴’이라는 물질을 만든다.
세포의 유전정보가 조금씩 깨지고 잘못 고쳐지는 일이 반복되면, 언젠가 건강했던 세포가 변이되어 암세포로 바뀔 위험이 커진다.
아직 확정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장 속에서 이런 변화가 쌓인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다.
잎채소가 특히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는 생으로 먹기 때문이다. 재배 과정에서 오염된 물이나 토양과 접촉하거나, 유통 중 위생 관리가 허술하면 세균은 쉽게 잎에 달라붙는다.
상추처럼 잎이 울퉁불퉁하고 주름이 많으면 세균이 숨어 지내기 더 좋다. 열을 가해 조리하는 과정이 없으니, 세척이 유일한 방어막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어떻게’ 씻느냐이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세척과 화학적 살균, 두 단계를 권한다.
먼저 잎을 한 장씩 떼어 흐르는 물에 세 번 이상, 주름과 줄기 사이까지 손으로 문질러 닦아낸다. 흙과 이물질, 표면의 세균을 먼저 없앤 뒤, 깨끗한 물에 식초를 풀어 1분 정도 담가둔다.
식초 속 아세트산이 세균의 세포벽을 무너뜨려 증식을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다시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면 된다. 특히 아이, 노인,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꼭 지키는 것이 좋다.
푸른 잎채소가 젊은 대장암의 원인이라는 단정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는 언제든 식중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여름철의 높은 온도와 습도는 그 위험을 몇 배로 키운다.
상추 한 장을 더 맛있게, 더 안심하고 먹기 위해 오늘 저녁부터라도 ‘꼼꼼한 세척’이라는 작은 습관을 더해보자. 건강한 식탁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