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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May 04. 2022

광고비에 0원을 써도 팔리는 브랜드, 일론 머스크

경제학자들과 현업 마케터들의 규칙을 깬 존재 자체가 브랜드

2022년 4월 4일 일론 머스크가 돌연 트위터의 지분을 9.2%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합니다. 13G 공시를 그는 그저 패시브 투자(Passive investment)일 뿐 트위터의 경영에 개입 의도 없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말을 번복하며 경영 개입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4월 11일,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모든 서비스와 프로덕트에 운영 개입할 것이라 공표하더니, 그로부터 3일 후 14일 공식적으로 트위터에 인수 제안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사진들이 절대 일론 머스크에게 트위터를 넘길 리 없다고 얘기했지만, 4월 25일 이사회는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한화로 약 55조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월가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수십 년간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한 달간 한 회사에서 이렇게 자주 공시를 제출 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일론 머스크가 방송 업체에서 가볍게 던지는 한 마디와 트위터에 던지는 메시지들이 미국 경제에 엄청난 변동성을 야기하는 모습은 많은 경제학자들을 회의에 빠지게 합니다.

The way finance works now is that things are valuable not based on their cash flows, but on their proximity to Elon Musk.
지금의 금융 시장은 현금 흐름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의 근접성(proximity)에 따라 가치가 정해진다.

- 블룸버스 칼럼니스트 맷 레빈(Matt Levine)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선보인 이후 한 번도 TV광고, 빌보드, 웹사이트 배너와 같은 정통 마케팅(Traditional Marketing)이나 PR(Public Relations)에 제대로 돈을 쓴 적이 없습니다 - 'Zero Dollar Marketign strategy'(광고비 0원 전략)

그런데 테슬라는 어떻게 제대로 된 마케팅 하나 없이, 쟁쟁한 기업들이 즐비한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이룩하고 독보적인 자리를 잡은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일론 머스크, 그 엄청난 자본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포르셰나 벤츠의 CEO가 누군지 알고 계신가요? 자동차에 관심이 웬만큼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보편적으로 CEO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일론 머스크는 알고 있죠.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는 44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광고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이며 축제인 슈퍼볼(Super Bowl) 광고보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월등히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 주식이 너무 높다고 말하자, 실제로 시가 총액이 17조원 감소했다.

그 어떤 잘 나가는 PR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도 그가 하는 모든 브랜드들을 탑 티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가 가진 '악마의 스타성'이 아니라 그의 비전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초창기 테슬라의 투자자였고, 2006년경 '비밀스러운 테슬라 모터스 마스터플랜'(Secret Tesla Motors Master Plan)을 웹사이트에 공유합니다. 거기에는 테슬라 모터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인류 미래를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가 적혀있었고, 이것이 지금 그가 만들어나가는 모든 비즈니스에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 마스터플랜은 2016년에 업데이트되면서 조금 더 구체화된 전략으로 발전합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NFT시장의 타임라인과 비전 리포트는 일론 머스크가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고집불통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존중할 것 같지 않은 일론 머스크의 소통 방법도 테슬라 브랜딩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고평가 받고 있는 회사라기엔  아직까지도 자동차 퀄리티에 대한 악명이 높은 편이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품질평가에 대해서도 솔직히 인정했으며 개선 중인 부분들을 기사를 통해 발표하기보다는 그때마다 트윗을 날려 빠르게 피드백을 수용합니다.


실제로 한 애견가가 테슬라 모델 3에 독 모드(dog mode)를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했던 트윗에 직접 'Yes'라고 답을 달더니, 실제 요구했던 모델에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인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결국 그가 말하는 '혁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이 만들고, 광고비에 돈을 쓰지 않아도 선보이는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왕관을 쓴 자가 버텨야 하는 무게와 책임감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죠. 일론 머스크의 자아가 매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힘과 돈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와 더불어 냉혹한 경영관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인간관계가 완전히 결여되어있으며, 오랫동안 함께했던 직원이라도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버려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일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뒤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그치기도 했다고 하죠.


분명 비판이 될만한 언행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발자취와 성공 사례에는 배울 점들이 많습니다. 입을 모아 욕을 하면서도 경제학자들에게도, 동종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일론 머스크가 하는 모든 브랜딩과 비즈니스는 신선하고 혁신적입니다. 판의 규칙을 뒤엎고 깨부수는 일론 머스크가 이번엔 트위터 인수를 통해서 숏폼 비디오 등으로 침채 되어있던 텍스트 기반의 SNS 채널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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