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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26. 2024

말이 통하는 사람

7: 어디가 아니라 어떻게

한국에서만 자란 사람들이랑은 대화가 안돼


한 때 내가 했던 편협한 생각을 고백한다.

나름대로는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15살 때부터 해외 생활을 했던 나는

우연한 기회로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스무 살 초반이라는 나이에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도 처음이었지만

금융권은 역시 쉽지 않았고,

인턴들을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눠

편파적으로 대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역시 유학생은 안돼'


이미 인턴을 시작하기 전부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유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정말 갖은 노력을 다 했는데

같은 행동을 해도 나는 유학생,

그는 아니라는 이유로

'개념 없는 유학생' 취급을 당했다.




비단 어른들과의 충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래 친구들과도 어느 순간부터는

가치관적인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나는 일반화를 시켰다.


나이대가 비슷하면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

'설마 이런 생각까진 안하겠지' 싶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소위 '꼰대'들이 할 법한 생각이나 가치관을

가진 친구들이 늘어남을 어느 순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 사회에 섞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생각에 불씨가 커져

내가 믿는 신념에

권력이 붙기 전까지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겠다는 생각을

무려 스무 살 초반에 했다.





그리고 작년 나는 한국에 들어와

이제 약 1년반째 한국 생활에 적응해보고 있다.

처음에 올 때 가졌던 두려움과는 달리

나는 지금 만나는 사람들,

하게 되는 일들,

만나게 되는 기회들이 매우 즐겁다.


그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너무 즐겁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게 초면이었을지라도

꽤나 안전하고, 그래서 더 솔직해질 수 있고

재밌고 진하고 깊어진다.


사람들마다 배경도 다 다른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생각의 틀이 많이 깨졌다.


해외 생활을 했다고 해서

누구나 확장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듯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편협한 생각도

이제는 사라졌다.


사실 중요한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생각들을 하며 성장했는지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화의 깊이를 

결정짓는게 아닐까 하고.


물론, 이것도 또 언젠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나의 주변,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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