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지금까지 최선의 선택을 하려 애쓴 너를 사랑해
홍대 쪽에 촬영 일정이 있어서 멀리 온 김에
데스커 라운지에 들렸다.
여긴 시간대별로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어있는데
오늘은 5시에 있는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했다.
오늘 내게 사실은 정말 간절했던 건
'응원'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는 커넥터 문경님은
응원의 말을 선택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공통 질문을 주셨다.
8월 말까지의 올해를 돌아보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나요?
여러 가지 단어가 생각나다가 결국은
한 단어에 머물렀다.
올해는 나에게 정말 많은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
참 많은 선택을 요구받았던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삶과 사람에 미련이 많은 나는
아직도 what if를 생각한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이 어땠을지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거나
그 사람과 틀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하고
홀로 괴로워하며 마음의 방을
한 켠씩 다 내주었다.
세입자는 집을 나간 지 오래인데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이부자리를 정리해 놓고
방바닥을 닦아놓듯
나는 그런 마음으로 오래 지냈다.
그래서 나에게 선택이란 너무 크다.
No going back.
한 번 택했으니 되돌릴 수 없고
그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만 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어떤 미련 또한 또 내가 감당할 일일 테지.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을 피하려
갖은 애를 썼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면 그렇게 살아가면서.
안 하고 싶었다 그런 거.
근데 아주 얕게는 결혼준비부터,
만나는 사람과 일에서의 자잘한 문제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기분이 들었던 올해였다.
마치 이제는 피하지 좀 말라는 듯이.
'무엇을 선택하든 너는 또 다른 걸 잃긴 할 거야.
저것도 이것도 좋을 수도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이것이 베스트라 그 누구도 말해줄 수 없어.
그건 나중에 네가 알게 되겠지'
이런 말들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버거웠다. 이 모든 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던 요즘.
각자의 키워드를 나누고
응원의 말을 뽑는 시간에 나를 이끈 단어는
'애씀'이었다.
동료들에게는 멋있고 따뜻한데
일 진짜 잘하는 사람,
부모님에게는 걱정 안 시키는 큰 딸,
동생에게는 든든한 언니
할머니에게는 싹싹한 큰 손녀,
예비 시댁에는 똑 부러지는 가족,
남자친구에게는 너그러운 여자친구
일단 이 범주로만 봐도
숨 막히는 역할을 쥐어주고는
정말 다 잘 해내고 싶어 애를 썼는데
결국 그 무엇도 잘 해내지 못했으며
어떤 선택을 해도 잃어야 했던 것들이
계속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그런 나에게 온 문장에
작은 울컥함과 동시에 평안이 찾아왔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선택을 바꾸겠냐는 동료의 질문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말한 올리부 상무님은
자신이 그 선택을 하기까지
스스로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기 위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것임을
받아들여줬다.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을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최선의 날들.
그래, 최고는 아니지만
나 정말 최선으로 만드려고
정말 마음도 시간도 애도 많이 썼다.
아직 남아있는 올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이 선택들도 내가 최선을 만드려 노력할 테니
그런 날들을 나도 응원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