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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Oct 20. 2024

사장님한테 두 번째 퇴사를 말했다

회사와 헤어질 결심

격식이 있기엔 단란한 가족 같은

(진짜 좋은 가족..) 분위기의 조직인 데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최소 8년간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사장님은 누군가가 갑자기 

정중한 미팅을 요청할 때 이유를 모를 수 없었다.


처음으로 대면 미팅을 잡고

퇴사를 말했던 때가 2019년경.

그때만 해도 사장님은

네가 이곳에서 더 배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며 시스템적으로 비어있

부분들을 어떻게든 채워주셨다. 

그때 이 회사를 떠나지 않았던 건

참 잘한 일이었다고 지금까지도 회상하며

아무것도 없는 주니어의 발악을 막아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여러모로 분위기가 달랐다.

미팅에 들어갔을 때

그는 이미 다 안다는 듯이 웃으

무슨 일이냐 물었다.


I'm thinking of leaving (저 회사를 떠날까 해요)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저 'I thought it was about the time for you to leave(이제는 네가 때가 됐지라고 생각했어)'

라고 말하며 그래도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마음속 한편에는 다시 잡아줬으면 했

작은 마음도 물론 있었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약간은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솔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나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사장님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도 꺼내주었다.




사장님과 나 사이에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우정이라 말하기엔 너무 가벼운 것 같고,

사랑이라 하기엔 조금 더 애정에 가까운 것 같다.

내게 그는 '친구 같은 아빠'와도 같았다.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시작했던

백화점 세일즈 시절 만나

그는 뭘 하는 앤지도 몰랐던 나를 채용했고

나는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입사를 선택했다.

타지에서 홀로 있는 아시안 여자애에게

연민이었을까..? 회사 안팎으로 그는

나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에 멀리해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확실해졌다.

이 인연의 의미.

마지막을 말할 때 더욱더 선명해졌다.

난 참 특별한 사람을 사장으로 만났구나.


두 번째 퇴사를 말했을 때 그는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었다.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할 겸 연락을 했는데

정말 기뻐해주며 한국행 일정을 알아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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