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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06. 2020

캐나다 직장인과 한국 직장인의 목요일 일상

두 나라에서 일해본 직장인이 바라본 차이점을 풀어본다(팬데믹 전 기준)

문화가 매우! 다른만큼, 한국과 캐나다는 일하는 방식이나 직장인들의 일상도 차이가 큰 편이다.


여기 두 직장인 A와 B가 있다. 

A는 북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이름이 있는 기업에 취직했다,

B는 북미 대학을 졸업 후 한국으로 귀국해서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다.

둘은 같은 시기에 일을 시작해서 이제 1년 차가 된 사회 초년생이지만 생활이 매우 다르다. 

두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이 모든 상황들은 팬데믹 전을 기준으로 합니다.)





오늘은 목요일.


7:00 am

B가 잠에서 깼다. 얼른 준비를 하고 회사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씻고 어제저녁에 다려놓은 정장에 하얀색 셔츠와 타이까지 매 준다. 아무리 찌는 여름이라도 어쩔 수 없다. 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날도 있긴 하지만, 자주 돌아오는 날은 아니다. 



7:40 am

B에게는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다. 얼른 출근길 지옥철에 탑승해야 한다. 이때 나가야 회사에 8시 반쯤에 도착할 수 있다. 정신없이 구두를 챙겨 신고 집을 나선다.


A는 이제 잠에서 깼다. 씻고 준비를 한다. 깔끔한 셔츠를 입고 정장을 입어준다. 타이는 미팅이 없는 이상 굳이 챙기지 않는다. 



8:00 am

A가 집을 나선다. 출근길 지옥철에 탑승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구두를 챙겨 신고 집을 나섰다.



8:30 am

지옥철을 뚫고 B 회사에 도착했다. 29분에 지문을 찍고, 겨우 자리에 도착해서 바로 컴퓨터를 켰다. 회사 메신저 어플에 로그인을 하고 간밤에 온 이메일이 없는지 천천히 읽어본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출근을 한다. 일어나서 인사를 드리고는 다시 앉아서 이메일을 읽는다. 사람들이 다 도착해서 커피를 내리러 가실 때쯤 탕비실에 들어가 인사를 드리면서 함께 커피를 타고 자리에 복귀한다. 



9:00 am

A도 회사에 도착했다. 다들 출근 시간이 조금씩 달라서 먼저 온 사람들도 있고 아직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오자마자 컴퓨터에 접속해서 사내 메신저에 로그인을 하고 탕비실로 향한다. 오늘도 과일이 리필이 되어있다. 과일이랑 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폰을 꼽고 일이 잘 되는 노동요를 틀어놓고 이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10:00 am

B는 이메일을 리뷰하고 답장을 했다. 어제저녁에 보내 놓은 파일을 피드백받아야 해서 00 과장님 자리로 가 스케줄을 확인한다. 옆에 앉아서 피드백을 받으며 하나씩 받아 적고, 자리로 돌아와 파일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A의 데스크로 매니저가 와서 어제 보낸 파일을 같이 리뷰하길 원했다. 같이 파일을 리뷰하고 그 날 오후의 미팅 일정을 함께 공유한다. 필요한 자료들이 다 있는지 확인하고 매니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12:20 pm

B는 오늘따라 배가 고팠지만 아무도 점심을 먹으러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랍에서 작은 초콜릿을 하나 꺼내 입에 쏙 집어놓고는 소리가 나지 않게 녹여 삼키며 당을 조금 충전해본다.

 

A도 오늘따라 극심한 배고픔을 느껴 이어폰을 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없다. 12시 땡 치자 마자 다들 밥을 먹으러 나간 모양이다. 가방을 챙기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점심시간을 즐기고 온다. 원래는 30분이지만 다들 그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1:00 pm

A는 40분 동안 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자리에 돌아왔다. 아직 자리에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른 커피를 한잔 더 내리고 와서 일을 다시 시작한다. 


B의 부장님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들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B도 신나서 지갑을 챙기고 팀과 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1:30 pm

B의 부장님은 밥을 매우 빨리 드신다. 덕분에 밥을 느리게 먹던 B도 먹는 속도가 늘었다. 다 같이 20분 안에 밥을 순삭 하고, 커피를 사들고 회사로 복귀한다.



2:00 pm

A는 오후에 잡힌 미팅에 들어갔다. 다른 팀과 함께하는 미팅이었는데 저번 주에 내가 받아야 할 자료를 아직도 받지 못해서 슬쩍 이야기를 꺼냈더니 '내가 보내지 않았었나? 미안 미팅 끝나고 바로 보낼게^^"라고 대답한다. 아니 자료가 있는대도 안 보낸 거였어?? 찾아가고, 전화로도 독촉했지만 도저히 자료를 받을 수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낸 이메일에는 답장도 안 해놓고 미팅에서 저렇게 말해버리니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저 사람은 대체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서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B는 아침에 수정했던 파일을 점심 후에 조금 더 교정하고 다시 과장님께 들고 갔다. 과장님의 컨펌을 받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는 아침에 보낸 이메일들에 온 답장을 확인하고 부장님께 부탁받은 자료를 보기 시작한다. 내일 저녁까지 프레젠테이션을 보내야 한다. 중간에 검토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오늘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다.



5:00 pm

A는 퇴근 준비를 한다. 주변을 보니 8시 반에 출근했던 사람들은 이미 가고 없었다. 그중엔 인턴인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는 항상 나보다도 일찍 퇴근을 한다. 입사했을 때는 눈치 보느라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니어 매니저가 ' 너 빨리 가 왜 아직도 있어' 라며 역으로 눈치를 줬었다. 오늘도 워커홀릭인 시니어 매니저는 자리를 뜨지 않지만 나는 짐을 챙겨 회사를 나선다. 


B의 부장님은 중간에 미팅에 다녀오시더니 다 같이 준비했던 프로젝트 결과가 매우 좋았다며 회식을 하자고 하셨다. 시간 안 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셨지만, 다들 암묵적인 필참임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되는데 이게 웬 말인가 싶으면서도 또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6:00 pm

A의 시니어 매니저가 팀 이메일로 뭔가 질문을 올렸지만 정말 그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눈치를 보던 내가 매니저에게 그 이메일과 관련된 사항을 물어보았지만, 나 또한 대답을 받지 못했다. 정말 다들 퇴근하고 나면 아예 회사 이메일은 확인도 하지 않는다.


B는 팀들과 다 같이 회식에 나선다. 오늘 하지 못한 일들은 내일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 금요일에 야근이라니 벌써 아찔하다. 술을 잘 못하지만 이 회사에 와서 술이 늘었다. 다들 거절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10:00 pm

B의 회식은 이제야 끝이 났다. 다들 내일 출근해야 해서 무리하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에 회사 단톡방에 감사 인사를 한번 더 올린다.


11:00 pm 

B는 집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잠에 든다. 내일 지각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항상 이런 것은 아니지만 북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가슴에 와 닿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북미 현지 회사들을 팀워크를 강조하지만 한국에서 강조하는 팀워크와는 조금 다른 부분들이 많다.

결론적으로는 가끔 좀 차가울 정도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할 때가 있다. 일도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안 하고 싶을 때 안 하는 느낌이라. 아무리 누가 급해 보여도 웃는 얼굴로 답을 해놓고는 뒤에서는 일을 처리해주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럴 때 답답함을 느낀다. 한국 같으면 하루도 안돼서 끝날 일을 일주일 동안 끌기도 한다.


회식 문화도 매우 다르다. 팀워크를 다진다는 것의 일환으로 다 같이 오리엔테이션도 가고 회식을 진행하는 한편. 외국은 팀 런치를 가더라도 각자 페이를 하는 형태라서 안 끼는 사람들이 많다. 가고 싶은 사람들끼리 친목 겸 가는 느낌? 그리고 보통 점심시간에 간다. 팀 런치를 하지 않는 경우는 같이 밥을 먹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혼자 먹는 사람들도 많고, 친한 사람들 몇 명이서만 먹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의 시간은 다들 개개인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웬만하면 건들지 않는다. 이메일 같은 경우도 보통 퇴근 시간이 지나면 전혀 읽지 않는다. 

한국은 모든 팀워크샵 등의 일들이 업무 시간 외에 이루어지다 보니 워라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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