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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07. 2020

캐나다 고등학교에서 겪었던 문화 충격

캐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놀랐던 썰.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참 어렸기도 했었지만, 정말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많은 문화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의 교육 과정에 찌들어 그것을 탈피하고자 선택했던 유학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달라서 그것에 익숙해지는데만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 소소했던 문화충격부터 조금 스케일이 컸던 것들까지 기억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1.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

동양인들을 제외한 대부분들의 사람들이 우산을 쓰지 않아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냥 부슬부슬 내리기 때문이 아니라. 진짜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비도 아니고 그냥 후디에 달린 모자를 휘릭 쓰고 걸어 다닌다. 길거리에서 우산을 쓴 사람을 보면 80%는 동양인일 정도. 



2. 치장(?)에 관한 학교 교칙 

처음에 캐나다 고등학교에 입학을 확정 짓고 나서 교칙에 관한 팸플랫을 읽는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무엇이 '안된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는데 거기에는 'Can'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여있었기 때문. 매니큐어, 패디큐어도 길이가 너무 길지만 않으면 괜찮고. 화장도 해도 되고, 염색도 너무 특이한 색만 아니면 괜찮고, 파마도 가능하다고 쓰여있었다. 피어싱도 코나 입술을 제외한 곳에 다 가능하다고 쓰여있었다. 교복도 교정할 수는 있지만, 단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쓰여있었다. 


막상 가보니 정말 가십걸 드라마처럼 치마를 짧게 잘라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고, 친구들 다 예쁘게 꾸미고 학교를 다녀서, 한 번도 관심 없었던 메이크업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소히 말하는 '날라리'들만 그렇게 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공부를 잘하고 학교에서 인정받는 친구들일수록 본인을 꾸미는데도 힘을 썼다. 그 기준 또한 매우 다양했다. 다 자기만의 개성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미고 다니곤 했다. 



3. 스포츠의 중요성

한국에서 중학생 때 체육 시간을 너무 싫어했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랬다. 특히 3학년에 올라갔을 땐 특목고/외고 등을 지원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서 다들 불만이 많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무슨 체육인가 싶기도 했고 그런 말들이 반영이 돼서 가끔은 체육이 자습으로 대체가 되기도 했다. 근데 많은 북미 국가에서는 체육 잘하는 게 벼슬이었다. 그냥 공부만 잘하는 애들보다 스포츠를 하나 특출 나게 잘해서 교내 스포츠팀에 속해있는 애들이 학교에서 유명해지고 '잘 나가는' 애들이었다. 잘 놀기만 한 애들이 잘 나가는 게 아니었다. 체력은 물론 운동 신경도 없었던 나는 여기도 쩌리를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몰려다니는 동양 애들은 대체로 축구를 잘해서 축구팀에 들어가 있거나, 필드하키, 배구, 농구 등등에 특출한 아이들이었다.



4. 레깅스 패션

한국에서 난 레깅스를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더더욱이 보지 못했다. 한창 '치마 레깅스'라고 치마가 달린 레깅스가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에 비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길거리에 짧은 티에 레깅스만 입은 패션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유모차에 애기를 앉히고 레깅스에 브라탑만 입고 조깅을 하는 어머니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누구도 그걸 이상하다거나 신기한 눈빛으로 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굉장히 민망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나라에 산지 10년이 넘어가고 나니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5.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존중

캐나다에서 처음 와서 다양한  성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처음엔 게이, 레즈 - 이게 다인 줄 알았는데 LGBTQ(Lesbian/Gay/Bisexual/Transgender/queer)라는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이들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배우며, 일찍이 본인의 성 정체성을 확립한 친구들과 다른 학교 친구들이 앞서 Pride(퀴어) 문화에 대해서 널리 알리는 운동을 했다. 1년에 한 번씩 크게 이벤트를 열었고 그때 처음 프라이드와 무지개색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성 소수자'로 분리되는 친구들을 놀리거나, 무시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인종 차별만큼이나 학교에서 크게 처벌받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혹시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밖으로 뱉는 것은 처벌받을 행동으로 취급받는다.


한국에서는 타부로 여겨지는 주제 중 하나라 나도 많은 지식이 없었고, 지금도 아마 한국에서만 자라온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하고 예민하게 여겨지는 주제일 수 있겠으나, 여기서 오랜 세월을 지낸 나는 이제 이 주제가 너무 친숙해졌다. 지금은 LGBTQIA+라고 해서 더 많은 성 정체성들이 확립되어오고 있고 캐나다에서는 많은 보험사/기업들도 지원서에 성별 칸을 여성/남성으로만 구분 짓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6. 술 문화 

하이틴 영화로 유명한 'Mean girls' 같은 걸 보면 과장하는 부분이 많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부모님이 있는 집에 친구들을 다 불러 모아서 파티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차라리 우리가 있는 곳에서 다 같이 놀아라라는 식이고, 정말 진심으로 '술 정도야'라는 느낌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들도 많다. 나로서는 '술'을 고등학생이 마신 다는 것이 엄청난 일탈이고 '일진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업에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들이 주말에 그렇게 놀고 페이스북(그때 당시에 북미에서 가장 잘 나갔던 sns에 대놓고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을 보고 엄청 충격받았었다. 



7. 댄스파티

학교에서 매달 말에 다른 테마로 댄스파티를 하는데, 선생님들이 주변에 있기는 하지만, 크게 재지를 하지는 않는 편이다. 술을 마시고 향수 향으로 가리고 오는 애들도 많은데 선생님들이 그걸 알고 있어도 눈에 띄게 취한 것이 아니라면 입장을 막지 않는다. 가끔 보면 춤을 추는 건지... 스킨십을 하려고 온 건지 모를 아이들도 있는데, 그렇다한들 어느 정도의 선 안에서 자유로이 내버려 두는 편. 그래서 덕분에(?) 친구를 따라 처음 갔던 댄스파티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키스하는 모습에 기겁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는 그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서로 '안녕' 하고 지나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문화 충격을 받았었다. 



8. 잘 나가는 친구들의 기준

위에서 살짝 언급하기는 했지만 잘 나는 친구들의 기준이 굉장히 달랐던 것에 놀랐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고 스타일이 좋은 것은 물론이지만 자주 보던 영화에서 그런 친구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본인을 치장하는데만 애써서 학업은 뒷전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 아이들은 공부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선생님들께도 이쁨 받고 수업에도 언제나 열심히였으며 방과 후 동아리 활동 및 스포츠나 음악, 드라마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었고, 심지어는 꾸준히 하는 봉사활동도 있었다. 이런 애들이 '잘 나가는 무리'에 속해 있었고 인기도 많았다. 그 와중에 연애도 꾸준히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시간을 만들어 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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