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년을 살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들에 대하여
2020년이 벌써 한 달 정도 남았고, 곧 있으면 또 한 살을 먹는다. 어릴 때는 생일이 가장 설레는 날이었고, 내게 한 살을 먹고 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내일이, 기대로 가득했던 어린 날에 나는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걱정스러운 내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는 마냥 과거의 흘러가버린 시간들을 돌아보며 뼈 아픈 후회만을 하고 있었다.
지금 10대와 20대들에게는 이런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20대 후반의 동년배들에게는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운동
나는 건강하게 운동을 즐길 줄 몰랐다. 많은 시간 지쳐있었고, 운동조차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기에 계속해서 미루기를 반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 기간 때, 시간도 남아돌고 할 것이 없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것에 재미가 들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매일 헬스에 정진했지만, 그쯤 생긴 운동 강박 때문에 하루라도 빼먹으면 불안감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였고, 체중 변화에 심하게 예민해져서 끊어내야 했었다. 한동안 자괴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렸으나, 그걸 이겨내고는 조금 더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다. 그래도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적당히라도 했어야 했는데 즐겁게, 꾸준히 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안타깝다.
2. 학업 스트레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항상 점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시험 기간마다 나는 울고 있었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경쟁심도 있고, 욕심도 많았지만, 그만한 그릇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화려한 구두를 우겨신고 신데렐라가 되려고 노력하다가 피투성이가 된 내 발을 보는 것 같다. 점수가 곧 내 자존감과 같았다. 나 스스로의 의지로 유학을 택했지만,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런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과목들을 영어로 익혀야 했기에 배로 힘이 들었고, 부모님에게 반강제로 우기듯 간 유학이었기에 내가 실패(?)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까지 했나 싶다. 우리 부모님은 어떤 점수를 받아오라고 다그치는 분들이 아니셨고, 그저 내가 최선의 노력만을 다하길 바라셨다. 그런데 그 어린 나는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했을까? 학업만이 답이 아닌 시대의 우리를 보며 내가 그때 조금 덜 스트레스받는 대신 더 즐겁고, 많은 경험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3. 방학을 활용하지 못한 것
다들 학생 때가 좋다고 하는 말에 나는 한 번도 공감을 한 적이 없었다. 위에 설명했듯 나의 학생 시절은 매우 고통스러웠기 때문. 그랬기에 대학 때도 방학이 되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은 그저 늦잠을 자고 쉬는 것이었다. 남들이 하니깐 인턴 경험도 쌓아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해야 하는 to do list의 일부일 뿐이었다. 난 내가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가거나, 방학 때 친구들과 또는 홀로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매우 후회스럽다. 나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그래도 괜찮았을 때,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기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4. 아낌없는 지출
반대로 이야기하면 텅 빈 적금 통장이다. 대학 때 나는 부모님께 용돈도 여유 있게 받고 있었고, 심지어 아르바이트도 병행했기에 충분히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근데 나는 그때는 돈을 왜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나 목표도 별로 없었고, 버는 족족 나에게 쓰거나, 남들에게 쓰는 일이 훨씬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런 YOLO(욜로) 인생을 살다가 내가 내 돈을 벌기 시작한 순간부터 힘들게 돈 관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과거의 내가 미워졌다. 내가 돈을 조금이라도 잘 모아놨다면, 내가 사회 초년생 때 그렇게 쪼들리면서 살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어느 순간 내가 돈에게 지배되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초라해졌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적금 통장이 텅텅 비어있던 그때의 나를 규탄한다.
5. 중도 포기했거나, 우물쭈물거리다가 늦게 시작한 것들
중학교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 회사에 들어갔다. 나는 그때 멍청했고, 순진했기에 그 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그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조금 넘기고 나는 달아나버렸다. 나는 그 나이에 내가 얼마나 힘들게 꿈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고 있지만, 내가 조금만 더 성숙하게 이겨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공부하다가 포기했던 불어와 일본어, 프로듀싱처럼 하다가 살기 바쁘단 이유로 포기해버린 일들과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늦게 시작한 블로그와 유튜브도 조금만 더 일찍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팔로워를 많이 키웠던 인스타그램 계정도 우울증이 심하게 왔을 때 지워버렸는데 홧김에 관둔 것들이 지금도 괜히 후회스럽다.
나의 10대는 고통스러웠고, 20대 초중반은 혼란스러웠고, 20대 후반은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끝 어딘가에 서 있다. 아직 어린 나이라면 어리지만, 참 많은 일들을 겪어오면서 나는 두려움이 많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또 같은 실수들을 하고 과거에 갇혀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잊고 싶었던 후회들을 다시 한번 꺼내보자. 다시 봐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