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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Dec 15. 2023

너 T야? 나에게 보내는 독백

이 질문을 들어본 과거의 이제이들에게 (ps.2023년 회고)

글을 쓴다는 건, 삶에 기쁨 한 숟갈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스쳐지나가는 일들과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내 일상의 보물과 같은 순간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2023년, 감정의 영역에 대해서 성장한 나에 대한 회고랄까.


29살까지 나의 삶은 목적과 성취에 집중하는 삶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관계성과 작은 순간 가운데 

느껴지는 감정들과 마음을 살피는 것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업무에 대해서 성실도와 실력이 평균 이하여서,

일을 수행할 수 없는 것만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공감과 느끼는 것이 평균 이하여서,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무디게 여기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당연한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진심으로 감사한 것은 30살이 되기 전에 나의 이 영역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견디고, 버티고, 참고, 이겨내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만큼 매순간마다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기억 속에 없었다.

(내 안의 깊은 곳에 있었다. 무의식 속의 방어기제였다.)


22살 때, 그냥 삶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관계와 학업이 너무 힘들다고 휴학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래, 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어. 사람이니까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울면서 뛰는 사람이야. 울면서 멈추거나 주저 앉을 수는 없어."

그렇게 초, 중, 고, 대학, 인턴,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까지 

나는 29살이 되기까지 인생의 이력서에서 한 달도 쉬지 않고 살아왔다. 


그 때는 그런 내가 옳다고 생각했고,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그 친구에게는 쉼이 필요했다. 22살의 나는 그 당연한 것을 보지 못했다.


29살의 나는 그걸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작은 실패를 맛보면서, 불편하고 불쾌하고 슬프고 당황스러운 아픈 감정을 맛보면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너 T야? F인 줄 알았는데, T라고?'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이성이 강한 사람이 맞다. 여전히 MBTI는 T가 나온다.

그러나 이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과정은 금은 연단하듯 뜨겁고, 쉽지 않았지만

결과로 비추어지는 바뀌어진 나는 스스로 꽤 마음에 든다.

2023년 수고했어, 정말 잘 서있어줬어, 나는 내 스스로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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