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이천십팔년 일월 일일의 기록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저는 너무 무지해서 새로움을 못 받아들이는 중이거든요. 사실상 제 치부 같은 글이에요.>
다들 각자의 한 해를 매듭짓고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한 해를 매듭짓지도,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게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고 느낄 때쯤부터 내 연말은 줄곧 바빴다. 열아홉 크리스마스에는 컬투쇼 스태프를 하며 보냈고, 그 해 마지막 날은 다비치 콘서트 스태프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새해를 맞았다. 또 스무살 크리스마스에는 뭐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그 해의 마지막 날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2017 카운트다운 스태프를 하며 신나게 카운트다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랬던 내가 올해, 아니 이제 작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번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집에서 곰팡이 썩어가듯 보내버렸다. 내심 뭐라도 하길 바랬는데, 바랬는데, 하다가.
딘의 21이라는 노래를 좋아했다. 그래서 21살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시작한 한 해는 실망으로 끝이 났다. 딘의 노래에 나오는 21살의 그녀는 나와 너무 달랐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연말과 크리스마스로 세상이 가장 밝을 시기에 조금 어두운 노래를 내게 되었다며, 온 세상 속에 똑같은 사랑 노래가 문제라고, 와 닿지 않는다 노래하던 딘도 오늘이 되니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종종 보던 블로그에도 우울했던 한 해의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다가도 결국 마지막 문단에는 “그래도…”로 시작해서 감사한 사람들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그들에게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다.
티비를 보다가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길래 티비를 꺼버렸다. 어제도 해는 떴는데 대체 새해가 뭐길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들이 공허하다. 예쁜 마음들인걸 알기에 모난 내 마음은 더더욱 답장을 고민한다.
소희는 17년을 끝내며 엄청 큰 쓰레기를 버린 듯 후련하다가도 씁쓸하고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거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야! 버려!”라는 얘기를 들을까봐 내가 안고 있는 쓰레기 더미들을 들키고 싶지 않다. 나도 안다. 내가 안고 있는 것이 쓰레기 더미들이라는 거. 근데 늘 버리질 못해서 문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쓰레기 더미들을 가득 끌어안고 산다.
사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냥 더 이상 의미부여 않겠다고, 그래서 실망하지 않겠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것보단 죽는 게 더 쉽겠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무언가 이길 소망한다. 그래서 아무 때나 아무 곳에나 마음대로 이상한 의미를 부여해버리고 마음대로 실망하고 끝내 좌절한다. 이 과정의 연속이다.
잘 모르겠다.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그리고 어떻게 살면 좋을지. 난 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