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담을 받으며 어떻게 지냈는지를 이야기할 때면 매번 운다. 모든 게 완벽하게 잘 되는 '고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싶다. 고상함이라는 단어가 입 밖에 나오자 선생님이 살짝 웃으셨다. 어차피 인생은 엉망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어쩌면 조금 더 살아본 입장에서는 그 마음이 귀엽고 우습지 않았을까 싶다.) 고상하고 싶은 이상과 엉망의 현실 속에 산다. 눈물을 흘리는 것 자체가 고상하지 않은데 뭔 놈의 고상함 타령이람.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른다. 그 사실이 자주 나를 불안하게 하는데 그래서 웃긴 일도 자주 생긴다. - 예컨대 아나운서가 될 거라고, 편입을 할 거라고 졸업을 1년도 채 안 남기고 대학 자퇴를 했는데 편입학원 비용으로 모아둔 돈으로 제주도에 살다가 책을 만들고 출판사 직원이 된 것처럼, 그자식과 온라인에서 만나 만날 일이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토해내다가 그를 사랑해버리게 된 것처럼. 결혼을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내가 짧은 시간 이렇게 같이 생활하는 게 결혼이라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닳을 때까지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떠나버린 것처럼. - 뭐. 써놓고 나니 별 일도 아닌 것 같네.
과거를 자주 돌이켜보는 사람은 후회를 하고 미래를 자주 올려다보는 사람은 불안하다는데, 후회보단 불안함이 큰 거 보면 나는 미래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인가 보다. 것도 아주 높은 곳을 바라보며 올라가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의.
그런데 찾아야겠다.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게 도와줄 도구를, 방향을 잡아 줄 사람을.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결국 하는 것뿐이지 않을까. 엉망진창 인생 속에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결국. 결국.
그 과정에 울 날이 더 많겠지. 울 때 되면 울어야지. 별 거 아닌 걸로 울더라도 그런 나를 다독여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