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구절이 문득 떠올라서 블로그 소개 글을 바꾸었다
이 구절로 시작한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볼까 한다 이리저리 늘어놔야 정리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자유에 대한 생각은 서미싯 몸의 <달과 6펜스>로 부터 왔다. 집중력이 부족한 탓에 고전 읽기를 힘들어하는 내가 절대 스스로 고를 리가 없는 책. 독서모임 때문에 (약과 오디오북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읽었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눌 주제, 질문들을 하나씩 꼽는데 이 책을 읽고 누군가 "한 없이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그 보자마자 이런 답변을 이 마음속에 떠다녔다. '자살할 것 같은디..' 내가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나 그의 모델인 폴 고갱 같은 사람이 못 되는 이유일까,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자유가 중요하지 않아서 자살하겠다는 건 아니다. 사실 나한테 자유는 아주아주 중요한 가치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그럼에도 한 없이, 완전한 자유 앞에서는 죽고 싶은 마음은 사실은 자유가 무섭고 힘들고 외롭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랜서를 꿈꾸는 나에 대해 생각한다. 자유로이 일 하기. 꿈 이야기가 썩 유쾌하지 않은 이유도 자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꿈, 일, 성과, 의미, 발전, 성장...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문득 생각하기에 나는 나의 고약한 상사이다. 이런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어떤 과정을 겪었든, 어떤 결과를 냈는지부터 말해봐… 이딴 어처구니없는 말들로 스스로의 노력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 정도야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이젠 이상하지도 않을 지경이다.
다시 자유라는 단어로 돌아와서. 나는 타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사람이고 비교적 그런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 - 단적인 예를 들면 나는 나의 단점에 대해서 잘 이야기한다. 누가 어떻게 보든 나는 내 치부를 털어놔야겠거든. 잠깐 쪽팔리긴 해도 나는 곧 잊어버리니까. 되려 주변에서 걱정을 할 지경이었지만 난 몰랑. - 특히 블로그를 봐온 사람들은 알지 않을까. 어떤 바닥의 감정까지 내보이고 다니는지. 나는 그러지 않으면 안 되어서 한 일이라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되게 용기 있어 보인다 자유로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다만 나는 나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 내 안의 고약한 상사는 자주 나를 나무라고 또 나는 나무라면 금방 기가 죽는 편이다 (ㅋㅋ) 뭐 대에에에단한 창작 활동한다고 예민함이 차오르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가까운 사람에게 비아냥거리게 되기도 하고 그렇다. 타인으로부터는 자유로울지언정 내 스스로 자유로워지지 못하다. 불쾌한 지점. 물론 그래서 또 쓰기도 한다. 그렇다고 또 잘 쓰는 건 아니다. 그러면 또 나한테 혼나고. 만족하질 못하고. 그러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스스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그냥 노력해보는 게 잘 안 된다.
최근에는 에디터 직군으로 이직을 해서 경력을 좀 쌓고 프리랜서 에디터로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에디터 직군으로 가기엔 내가 한 경험들이 모두 물 같은 것들이고 "신입이 경력은 어디서 쌓아!"라고 묻는다면 대학생활과 동아리 활동, 대외활동, 독립창작활동 등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지만 나는 학교 다닐 때 잘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생존을 위해 알바를 열심히 하고 통근거리가 멀어 공강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 말고는 한 게 없다. 뭐.. 포트폴리오 같은 게 있어야 신입 지원이라도 하지. 그냥. 별로 안 하고 싶어졌다. 사실 에디터가 하고 싶었다기보다... 일로써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자식이 회사 다니면서도 외주 받고, 회사를 나와 조금 빠듯하지만 외주로만 삶을 이어가는 게 대견하고 멋있어 보이고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었기에 그랬을지도. 영향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사랑과는 별개로 나는 아직도 그가 존경스럽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든다.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그의 작업물을 무척이나 좋아했구나. 아 물론 이건 그냥 그렇다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게, 어쩌면 내가 나를 구속하는 것에 합리성과 타당성을 주는 것 아닐까. 나의 구속에서 자유롭고 싶다. 그치만 그렇게 되면 인생을 정말 막 살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다. 나는 거의 매일을 그렇게 살아왔다. 근데 불안정함과 불안함을 빼면 나는 거의 없다. 불쾌하지만 여전히 안고 가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