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빠르게 가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은 언제 저렇게 자랐나 싶을 정도로 생각도 몸도 커져 있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없이 올 한 해도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하다.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 서서 바쁘게 달려오느라 놓친 건 없는지 이제야 뒤를 한번 돌아본다.
남편이랑 떨어져 산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새로운 일을 기대하며 새로운 곳에서의 보금자리를 마련코자 떠났던 그때는 금방이라도 자리를 잡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강타한 2년을 보내면서 매번 연기되어 온 남편의 일이 여전히 답이 없어 가족들 모두 답답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길어지는 대기 상태에서 이제는 남편의 모습에서 가장으로서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늘 미안해하며 혼자 안고 가려는 남편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감사하며...
힘들었던 지난날 감사하며 살아온 하루하루가 더해져 또 하루를 만들어 내고 나는 또 그 하루를 살아간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도 언젠가는 넓은 바다에 이르듯 그 과정 과정이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의 삶인 것처럼. 계절이 때에 따라 산과 들에 옷을 갈아 입히듯 지나고 보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흘러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하게 지나간다. 그 시간을 보내는 나의 마음 가짐만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보낼 뿐이다. 삶의 방향과 속도를 잡고 있는 내 마음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내년이 되길 소망한다.인생이 그렇고 삶이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