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를주는이 Jan 06. 2022

시간아, 좀 천천히 가줄 수 없겠니?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걸음으로...

해지는 줄 모르고 뛰어놀던 그때

너는 내가 더 놀 수 있게 아주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었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늘 그대로였어

팔다리도 그대로

생각도 그대로


때로는 너무 천천히 가는 네가 싫었어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동차라도 태워서 빨리 보내고 싶었지


그렇게 더디 가던

너를 따라 어느새 어른이 되었어


이제는 재촉하지 않아도

너는 나보다 훨씬 빨리 가고 있어

붙잡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게 됐지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는 거니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은데

너는 더 빠르게, 쉬지 않고 가는구나


너를 붙잡을 수는 없을까

아니 내가 가는 걸음만큼 천천히 가면 안될까


생각도 많아지고

팔다리는 힘이 없어지는데

너는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더 빠른 걸음으로 가는구나


내 생활은 점점 더 분주해지고

너를 쫓아가려니 포기하는 일들이 많아져


그러다 주저앉아

천천히 갔던 너를 다시 떠올리곤 해


다시 천천히 가 줄 수는 없겠니

아니 잠시라도 쉬었다 가면 안 되겠니


그러던 어느 날

네가 와서 말했지


"나는 항상 같은 걸음으로

너와 함께 가고 있었어"

 

지금 이 순간도...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그러하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