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움에
아버지가 있었던가
안쓰럽던 추운 바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이 일렁이는 겨울이 올 때면
아버지의 부르튼 손등은
내 기억 속으로 늘 소환되었다
거기에 푸른 그리움이 있었고
또 추운 고달픔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냥 겨울이었다
깊어 가는 가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추운 그리움이 오기 전
그 계절에도 계셨을 아버지의 모습을
늘 지척에 있을 때는 몰랐다
먼곳으로 이사와서 보니
어느 계절에도 아버지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작은 바람에도 흩날리는 이 그리움이
낯설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흠뻑 뿌려놓고 간다
이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에
붉은색 노란색 보고픔이 내려앉았다
그동안 왜 가을 그리움에
아버지가 없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