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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Jan 03. 2022

퇴사 1년,N잡으로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만족하는가?

직장 밖에서 생존하기

퇴사 후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사업이나 장사, 부동산 투자 같은 원대한 목표나 돈 욕심을 가지고 퇴사를 했던 것은 아니라, 퇴사 후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N잡을 거의 다 시도해 보았다.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를 찾는 데에만 1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바야흐로 ‘N잡의 시대’라고 하는데, 나는 1년간 어떠한 N잡을 시도 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현재의 일상 만족도는 어떠한지

퇴사 후 N잡러로서의 1년을 회고하고, 22년의 계획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 글이 퇴사 혹은 N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N잡, 어떤 일에 도전하였는가?

나는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나 계획이 없이 2020년 12월 31일에 갑작스럽게 퇴사했다.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들은 최소 몇 년 전부터 퇴사 이후의 삶을 계획하고, 차근차근 퇴사를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극심한 번아웃 상태에서 아무 계획없이 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퇴사 후 ‘뭐 먹고살지’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세상 물정 모르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팔랑귀처럼 유튜브에서 ‘N잡’을 검색하면 나오는 일들을 거의 다 시도해보았고, 현재는 이 중 3개의 Job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왜 이 Job은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았는지 나만의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아마존 셀러

2020년 하반기에는 ‘아마존 FBA 셀러’와 관련된 유투버들이 유독 많이 늘어났다.

‘N잡’을 유튜브 콘텐츠로 생산하는 이들이 많아진 덕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유독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회사를 퇴사하고 아마존 셀러로 억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영상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나는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는 유투버들의 영상만 보고, 아마존 셀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약 두 달 동안 10만 원 내외의 유료 인강을 듣고, 헬리움 10 유료 사이트에서 아이템 선정을 위한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아래의 ‘헬리움’ 사이트에서 월 100달러를 지불하면, 아마존에 등록된 셀러들이 파는 상품, 마진율, 판매자 순위별 월 수익 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Helium 10 Pricing - Compare Our Free, Platinum, Diamond & Elite Plans


나는 ‘헬리움 10’ 사이트에서 대다수의 아마존 셀러가 한 달에 1개의 물건도 팔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아마존 셀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까다로운 아마존의 규정을 지키며 셀러로 승인받는 것도(등록비), 중국 아웃소싱 업체를 섭외해서 물건을 제작하고 해외 배송으로 아마존 창고에 입점시키는 것도(제작비/해외배송비), 사진을 찍어서 상세페이지를 작성하고(사진 촬영비/디자인비), 아마존 광고를 돌리고(광고비), 심지어 안 팔린 물건을 창고에 보관하는 것에도(창고비) A부터 Z까지 돈이 들었다.

이미 아마존 FBA는 코로나로 전 세계 각국의 셀러들이 모여들며 경쟁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아마존이 가져가는 수수료(아마존에서 재고관리/배송/환불 등을 대행해주며 받는 돈)와 광고비가 비싸서, 앞에서는 벌고 뒤로는 까먹는 게 다반수였다.

이러한 치열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셀러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마존 FBA가 나에게 주어진 자원(강점, 인맥, 정보, 외국어 실력 등)으로 경쟁력이 없는 시장이라고 판단했고, 여러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지속할 만큼 좋아하는 일도 아니라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     투자 : 시간 2개월(학습/시장조사 기간), 돈 25만 원(인강/헬리움 10/도서 구매비)
-     결과 : 0원


2.  네이버 스토어 판매자

아마존 셀러 되기를 포기한 후 고개를 돌린 것은 ‘네이버 스토어’였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아져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마존 셀러가 되기 위해 공부한 내용들이 아까워서 뭐라도 팔아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엔 유료 인강을 듣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네이버 스토어 개설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아래의 ‘판다랭크’라는 무료 사이트를 활용해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판다랭크는 현재 네이버 스토어에서 유행하는 아이템, 아이템의 경쟁 강도, 네이버 스토어 셀러들의 월 수익 등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이트이다.

판다랭크 - 스마트스토어 및 이커머스 셀러 무료 키워드 분석 툴 (pandarank.net)


나는 ‘판다랭크’ 사이트를 통해 대부분의 네이버 스토어 판매자들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네이버 스토어 개설을 포기했다.

이미 독보적인 브랜딩을 구축하고 절대다수의 고객과 후기를 확보한 셀러들은 싼 가격에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규 셀러들은 '잘 될 것이다'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기존 판매자들이 구축한 견고한 철옹성을 뚫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택배 포장을 하고, 고객에게 2천500원의 배송비를 받아서 4천 원짜리 택배를 보내고, 고객 컴플레인/환불 건을 처리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귀찮게 느껴졌던 나의 핑계일 수도 있다.

품목별로 ‘케바케’지만 상위 5~10%의 사람들은 네이버 스토어로도 월급 이상의 돈을 번다. 하지만 네이버 스토어 역시 내가 가진 자원(강점, 인맥, 거래처 정보, 포장 역량 등)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시장이라고 판단했고,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지속할 만큼 좋아하는 일도 아니라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      투자 : 시간 1개월(학습/시장조사 기간), 금전적 투자 없음
-      결과 : 0원


3. 전자책 판매

 ‘전자책 판매’도 앞의 두 가지 N잡처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유튜브나 블로그만 보면 왠지 떠오르는 신흥 N잡 강자처럼 보였다.

나는 ‘이 인강만 듣고 따라 하면 한 달에 3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인스타 광고에 혹해서 10만 원이 넘는 유료 강의를 구매했다.(이 정도면 나는 인강업체의 호갱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인강을 중반까지 듣다가 포기했다.

전자책 만드는 방법에 관한 인강인데, 전자책 작성 노하우는 하나도 없고, 온통 ‘잘 팔리는 상세페이지’, ‘홍보/판매’ 방법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강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책을 내서 홍보만 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가르치는데, 나는 인강을 들을 때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책을 내서 돈 받고 파는 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인강에서는 전자책을 소개하는 상품 상세페이지에 ‘이 책을 읽고 나처럼 하면 누구나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느낌을 풍겨야 잘 팔린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상업적인 메시지가 불편하게 다가왔다.

내가 과민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돈 벌겠다고 남들에게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나열하는 게 싫었다.

전자책은 내가 확실한 전문가가 되었을 때, 내 전문 분야의 지식과 경험/노하우가 돈 받고 팔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 때, 그때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      투자 : 시간 1개월(학습/시장 조사 기간), 돈 20만 원(인강 2개, 전자책 1개)
-      결과 : 없음, 0원


4.  미국 주식 투자

2020년은 너도 나도 주식을 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

만일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8년 동안 일해서 번 돈이 매우 보잘것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더라면, 평생 주식을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퇴사를 했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21년 1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주식 공부와 투자가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주식 시장이라는 게 ‘숫자’가 전부인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숫자, 즉 주가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내고 적기에 매수와 매도 버튼을 누르며 수익을 실현하는 일이 꽤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워렌버핏이나 피터 린치, 레이달리오와 같은 투자 세계의 구루들이 지나온 삶, 신념과 철학, 원칙을 책으로 접하는 것도 매우 유익했다.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이며 돈이 어느 산업/기업으로 흘러가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적 허영심도 채울 수 있었다.

이처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 매일 새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접하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에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


나는 그 어떤 부업보다 열심히, 진심으로, 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에 관심을 쏟았다. 22년도에는 주식시장21년만큼 좋지는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이 좋든 안 좋든 주식 시장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주식을 계속 할 예정이다.

-      투자 : 1년 내내 매일 꾸준히(On going) 최소 1~6시간 공부
-      결과 : 약 천만 원의 수익 실현


5.  브런치 작가

처음에는 그냥 회사 생활을 하면서 써 두었던 '조직문화'와 관련된 글들을 공유할 목적으로 작가 신청을 했다. 보통 2-3번씩 떨어진다는데, 나는 운이 좋게 한 번에 합격이 되었다. 다른 부업들은 유료 인강까지 듣고도 실행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았는데, 브런치 작가는 애쓰지 않고도 한 번에 합격한 것을 보면 애초에 브런치와 나는 함께 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되어서도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썼던 글들이 현재의 나의 신념과 철학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이미 올렸던 글을 숨기기 처리하며 유령 작가로 4개월을 지내왔다.


그렇게 10월이 되었다. 지나온 내 과거를 자책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에 대해 고통을 느낄 때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치유받았고, 글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의 댓글을 통해 인생의 선물 같은 위로를 받았다.

아마 브런치에서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을 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브런치와 브런치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오직 한두 명의 사람만이 내 글을 읽는다고 해도,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행위를 지속하려고 한다.

-  투자 : 첫 책을 완성하기 위해 한 달간 매일 5시간씩 글쓰기, 금전적 투자 없음
-  결과 : 금전적 수익은 없음, 정신적 보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지대함


6.  네이버 블로그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 이웃의 글을 통해, 네이버 인플루언서의 월 수익이 300만 원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과거의 파워블로거들이 무상 제공받은 상품에 대한 후기를 써주고 원고료를 받아서 버는 수익이 아니다.

IT 테크, 생활건강, 방송/연예, 경제/비즈니스 등 네이버가 선정한 20개 주제에서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었을 시, 게시글에 프리미엄 광고가 붙고,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클릭함으로써 얻는 수익에 해당된다.

물론 월 300-400만 원의 수익은 특정 분야에서 상위 1% 이내에 랭크된 인플루언서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에 해당된다.

인플루언서 검색 (naver.com)

나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져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거'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블로그에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첫 번째 게시글을 올렸다.


결과는? 조회수가 10을 넘지 않았다.

브런치에 올렸던 동일한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을 때, 브런치의 조회수가 40이라면 네이버 블로그의 조회수는 항상 10 이하에 머물렀다.


블로그를 통해 월 300-400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인플루언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이미 최소 3-4년 전부터 매일 꾸준히 블로그에 게시글을 올려왔던 사람들이다.

아무런 경제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긴 시간을 정성스럽게 자신의 공간에 정보를 공유하던 블로거들이 인플루언서 제도(새로운 수익모델)의 탄생과 맞물려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나처럼 ‘돈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뒤늦게 입성한 사람이, 돈이 안 될 때부터 블로그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쓴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관심(노출, 조회수 등)을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즉, 내가 네이버 블로그로 N잡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꾸준히 내 블로그의 콘텐츠를 채우는데 시간과 에너지(어쩌면 몇 년..?)를 쏟아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 현재는 브런치에 쓴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옮겨 놓는 형태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플랫폼의 지향점과 콘텐츠의 성격이 다르기에, 당연히 블로그 조회수는 매우 낮다.

아직은 ‘정보성 콘텐츠’의 색깔을 띄는 네이버 블로그보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브런치가 좋다. 하지만 훗날, 글로써 정서적 위안을 얻기보단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할 것 같다.

-  투자 : 없음
-  결과 : 0원


7.   교육 콘텐츠 개발 프리랜서

‘교육 콘텐츠 개발 프리랜서’는 앞의 1~6의 job과는 성격이 다르다.

나는 원래 회사를 다닐 때, 기업체 구성원들을 위한 교육 과정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1~6의 N job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교육 콘텐츠 개발은 지난 날의 경력을 살려서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해당된다.


물론 상반기에는 이전 회사에서 했던 일에서 완전히 독립하고 싶어서, 새로운 N잡을 통해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아마존, 네이버 스토어, 블로그, 브런치 등 부업을 통해서는 당장의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다시 익숙한 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직장을 나와서도 직장에서 하던 일과 유사한 업무의 프로젝트로 월급 대신 인건비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아마 21년에 그랬듯 22년에도 스타벅스 아카데미(사내 임직원 러닝 플랫폼)의 디지털 콘텐츠(매뉴얼 웹진과 동영상)를 제작하면서 주요 수익을 창출할 것 같다.

-      투자/결과 : 하루 4-5시간을 일하며, 전년도 연봉과 비슷한 수익 실현


[정리 및 결론]


나는 직장 밖으로 나와서 총 7개의 Job을 시도했고, 이 중 '미국 주식 투자', '브런치 작가', '교육 콘텐츠 개발 프리랜서'라는 3개의 Job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3개의 Job 중에서 먹고 살 만큼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job '교육 콘텐츠 개발 프리랜서' 한가지였다.

과정에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일(Job)이란, 내 시간과 자원(전문 역량, 경험 등)을 투입하여 돈을 버는 활동을 의미한다.

나는 내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여 최상의 보상(금전적/심리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일만을 선택하여 실행에 옮겼다.

내가 실행하지 않은 일(아마존, 네이버 스토어, 전자책, 블로그)들이 돈이 안되고 경쟁력이 없는 N잡이라고 생각하지는 아니다. 그저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다양한 N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이나 네이버 스토어처럼 상품을 ‘파는 것’은 내가 그다지 즐겨하거나 잘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시장 조사 단계에서 빠르게 포기할 수 있었다(나는 ‘잘 파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잘 사는 호구’에 가깝다).

나와 다르게 평소 당근마켓 거래나 해외 직구로 ‘싸게 사는 것’ 혹은 ‘제 값에 파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파는 일’을 N잡으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

결국 내가 선택하고 꾸준히 지속하는 N잡은 모두 ‘사람’과 관련된 일이었다.

나는 ‘물건’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람들이 모여 있고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주식시장’, ‘브런치’가 더 잘 맞았다.

물론 주식투자와 브런치 글쓰기는,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만약 2022년에 주식시장이 21년과 다르게 1년 내내 횡보한다면, 나는 21년과 같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1년 내내 꾸준히 글을 써도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한 권의 책을 출간하지 못한다면(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브런치 글쓰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공부를 하거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과정은 금전적 보상 이상의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주었다. 당장의 결과(돈)가 없더라도 그 과정 자체에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일은 내가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Job에 해당한다. 무엇이든 꾸준히 지속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꾸준함’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3]

‘N잡러’의 사전적 정의는 ‘생계유지를 위한 본업 외에도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슬프게도, 내가 나를 ‘N잡러’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생계유지를 위한 본업을 디폴트 값으로 가지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를 퇴사했지만 회사에서 했던 일과 유사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회사 밖에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회사를 나와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회사를 나와서도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N잡 시장도 경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너도 나도 ‘N잡러’를 지향하는 판국에 직장 없이 부업만으로 연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절실함으로 일정 시간 동안 나를 집중적으로 갈아 넣고 몰입했다면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절실함이라는 건, 그냥 생기지 않는다.

돈 욕심도 없고, 목표나 계획도 없이 퇴사한 나와 같은 사람에게, '절실함'이 웬 말이냐.

나는 그냥 이러한 현실을 수긍하기로 했다.

하루 12시간 중 5-6시간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익숙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5-6시간은 돈은 안되지만 취미 삼아 주식 공부, 브런치 글쓰기를 하는데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



[시사점 및 22년 계획]

그렇게 2021년 한 해를 보냈다.

앞으로의 2022년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1년여의 경험을 성찰하며 발견한 시사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일'이란 무엇인가?  

직장을 나와 직장 밖에서 다양한 일을 시도하면서, 과연 '일'이란 무엇인가, 일의 본질적 속성을 생각하게 된다.

회사에서 리더십을 가르칠 때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떠들며 살아왔지만, 막상 직장 밖으로 나와보니 돈은 매우 중요했다.

일은 일로써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N잡러'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본업이 필요하다.

돈은 못 버는데 네이버 스토어, 아마존, 브런치, 전자책 이것저것 다 한다고 N잡러가 아니다.

직장 안이든 직장 밖이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는 메인 Job(본업)을 갖고 있을 때, 돈이 되지 않는 일들도 N잡이라는 이름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2.  직장 밖에서의 삶은 치열하게 '넥스트'를 고민해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직장인은 연차가 오르면 연봉이 오르고, 오르는 월급에 맞춰 인생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장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끊임없이 '넥스트(Next)'를 고민해야만 한다.

나의 경우 21년에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고 직장에서 버는 만큼의 돈을 벌었지만, 22년의 경우 전년도의 주요 수익을 차지했던 교육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가 무사히 품의를 받아서 진행될 수 있을지, 주식 시장의 분위기나 평균 수익률이 어떠할지 예측할 수 없다. 브런치 공모전에서 상을 탄다거나 책을 출판하게 되는 가능성도 매우 희박할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기에, 내가 22년에 얼마의 돈을 벌 수 있을지 나 조차도 알 수 없다.

직장 안에서는 매년 연봉이 차근차근 올랐다면, 직장 밖의 세계는 점점 더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수익은 계속 불규칙하며, 아니 어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불규칙성은 네이버 스토어/아마존 셀러, 전업 주식투자자, 가게 사장님 등 직장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치열하게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넥스트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나에게 놓인 숙제이다.

 

3.  퇴사를 꿈꾸고 있다면 직장에 있을 때 직장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목표나 동기가 없는 상태로서의 퇴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퇴사는 옳지 않습니다. 직장인이 최고입니다’와 같은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는 퇴사를 한다.

회사가 망해서 퇴사하거나, 정년을 채워서 퇴사하거나, 희망퇴직을 하거나, 일이나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버티다 못해 퇴사를 하거나, 아이를 키우기 위해 퇴사를 하거나, 언젠가는 조직 밖으로 나와야만 한다.

결국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는 마냥 달갑지 않은 단어임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퇴사 전후로 우울증/좌절감/무기력증을 겪는 게 보통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직장인으로 살 때보다 직장 밖에서 금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드물게)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회사를 다닐 때부터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나처럼 회사를 나와서 아마존, 네이버 스토어, 주식 이것저것 찔러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새로운 일들을 실험하고 자신이 보유한 자원(핵심 역량, 경험, 성격상의 강점, 씨드머니 등)을 활용하여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을 발견하는데 일정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회사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이유와 동기, 명확한 타겟과 목표가 생기면 그때 퇴사를 실행에 옮겼다.


나는 인생의 목표나 계획,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퇴사를 했기에, 퇴사 이후의 내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 부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이로 인해 퇴사 이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지 못했다. 그게 참 아쉽다.


만일 회사원이 너무 싫고 꼭 회사 밖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꼭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퇴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자. 회사에서 일정한 월급을 받을 때에는 돈이 안되는 일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정녕 직장 밖으로 나오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직장 안에 소속되어 있을 때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세상 물정을 파악하고, 나에게 경쟁력 있는 시장을 선택해야한다.


4. 퇴사 후 1년, 내 삶의 만족도는?

그래서 나는 현재의 삶, 직장 밖에서의 일상이 불만족스러운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나는 그다지 고통도 없고 기쁨도 없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퇴사 이후 1년의 시간이 꽤 의미 있었다.

나는 수능이 끝나고 19살 겨울부터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항상 인생의 여백이 없이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고, 돈을 벌기 위해 크고 작은 조직에 소속되어 살아왔다.

지난 1년은 처음으로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오롯이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내 시간을 운용하며 살아온 한 해였다.

이것저것 평소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N잡들을 시도해보며 나와 맞는 일/맞지 않는 일을 구분할 수 있었고, 주식이나 글쓰기처럼 새로운 취미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5. 나의 '넥스트'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퇴사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이제 나도 직장이 없이 돈을 버는 삶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다시 직장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가? 조용히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봤다.


앞서, 직장이 없는 현재의 상태가 매우 평온하고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직장 안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길이 고통이 가득한 가시밭길이래도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

돌아가는 시점은 상반기에 예정된 프로젝트를 끝내고, 5~6월쯤을 예상한다.


다시 직장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대한 갈망’이다. 나는 직장을 나와서도 이전에 하던 일과 유사한 성격의 일을 하며 돈을 벌어왔다.

워라밸이나 수익은 나쁘지 않았고, 일 자체도 적성에 잘 맞아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친구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필라테스를 가고 하루에 5시간만 일하며 돈을 버는 나를 보며 정녕 ‘꿈꾸던 삶’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조직에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며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로서 직장생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날이 얼마쯤 될까? 정확히 계산할 순 없지만,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가늠할 수 있었다.

온전히 ‘나’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다면, 그 시간을 조금 덜 벌더라도 조금 더 힘들더라도 조직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쏟아붓고 싶다.

지금 하는 업무와는 성격이 다른 일을 하면서 삶의 경험치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는 일과 같은 일을 하는 회사는 잡 오퍼가 와도 거절했다.

반드시 다음번 회사는 '콘텐츠'와 관련된 회사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

이제 주식투자와 브런치 글쓰기도 직장생활과 병행할 수 있을 만큼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으니,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된 N잡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 같다.




퇴사 이후 1년간의 경험과 소감을 글로 정리해보았다.

비루한 글 솜씨이지만, 나의 글이 N잡을 탐색 중이거나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2022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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