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재미 Jan 15. 2023

지옥 끝에서 마주한 선물, 22년 회고와 23년 다짐

2021년 지옥 같은 시간
2022년 선물 같은 시간
2023년 ?


2021년 1월 3일,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브런치에 이런 글을 남겼다.

퇴사 1년,N잡으로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만족하는가? (brunch.co.kr)


2021년 프리랜서이자 반백수로서 1년여의 경험을 회고하면서,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회귀하였고,

2022년의 다짐으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난다. 글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직장이 없는 현재의 상태가 매우 평온하고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직장 안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길이 고통이 가득한 가시밭길이래도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 돌아가는 시점은 상반기에 예정된 프로젝트를 끝내고, 5-6월쯤을 예상한다” (2022년 1월 3일)

2022년 연말에 문득 지난날의 ‘나’가 써 놓은 글을 꺼내 보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연초에 글을 쓰며 선언했던 많은 일들을 실제 현실에서 이룬 한 해였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지체 없이, 전부 다.

그래서 오늘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기 전에, 2023년 12월 31일 미래의 ‘나’를 위한 글을 남겨 두려고 한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해 준 2022년의 세 가지 결정적 사건

첫째,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14:30분 결혼

7년간 한결 같이 사랑을 주었던 사람과 긴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식 전부터 당일까지 ‘내가 이렇게 축하받을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해 준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않고, 한평생 행복하게 잘 살아보려고 한다.


둘째, 2022년 5월 5일-5월 15일 파리/스위스 유럽 신혼여행

동남아와 제주도 매니아였던 우리 커플의 첫 번째 유럽 자유여행 도전기!

물가적응과 시차적응이 다소 힘들었지만, 나의 새로운 취향도 발견하고 관점을 넓힐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익숙함과 반대되는 선택은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불편함과 어색함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셋째, 2022년 5월 22일 야놀자 Cuture & Grow실 입사

운이 좋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후 여러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 ‘야놀자’를 택했다.

10년간 해온 일의 방향을 살짝 틀어서 새로운 직무(콘텐츠 기획/개발)에 도전해 볼까 고민도 했었지만, 기존의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주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회사로 커리어의 노선을 정한 것이다.

다행히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입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업무들, 이를면 조직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매주 신규 입사자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일을 꾸준히 지속하며 커리어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21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을 견뎌내자 2022년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쁜 일, 좋은 일들이 줄지어 나를 찾아왔다. 가끔은 선택을 고민하며 혹은 선택을 후회하며 혼란을 겪은 적도 있지만 그건 365일 열두 달 중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고, 밤이 되면 녹초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다. 그렇게 22년은 “평범한 일상의 정상화”라는 소망이 이루어진 한 해였고, 앞으로도 나는 이 선물 같은 시간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직장인 11년 차, 2023년을 맞이하는 자세


“첫 직장생활이 언제였지?”라는 친구의 질문에 가만히 손가락을 접으며 세어보았다.

2012년 8월에 첫 직장에 입사해서 지금이 2023년 1월이니, 꼬박 10년 5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참 애썼다”


마치 가혹한 환경에서 씨앗을 남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잡초’처럼,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나날들이었다.

매 순간 내게 주어진 일에 진심이었으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쉬고 싶다’는 마음보다 컸기에 밤을 꼬박 새우고 주말을 반납하며 몰두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11년 차가 되니, 과거에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잡초 같은 근성’, ‘열정’과 ‘집념’ 같은 것이 내 커리어의 발목을 잡는 ‘덫’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에너지와 체력은 무한대가 아니고, 그 총량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다. 결국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일하는 ‘나’로 살기 위해서는 ‘잡초 같은 근성’, ‘열정’과 ‘집념’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영리하게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기로 했고, 커리어 2막을 맞이하는 2023년의 슬로건을 다음과 같이 세워보았다.

“2023년 새해 다짐 : 너무 애쓰지 않는 삶, 그 자체로 평온한 삶”
첫째, 내가 버틸 수 있는 체력과 타인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현실적으로 계산한다.

 안에 긍정적 감정이나 열정,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친절함에 대한 강박이 독이 되어 나를 옥죄지 않도록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이타적으로 살자.  


둘째,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힘 조절을 하면서 열심히 한다.

컨설팅사에서 일할 때든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이든,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개인 시간(밤, 주말)을 무리하게 끌어다 쓰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스타트업처럼 ‘속도’가 중요하고 빨리빨리 니즈가 바뀌는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다. 한정된 리소스로 최적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적정 시간’ 안에,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할 때와 넣어야 할 때를 구분하고, 일의 경중을 따져가며 시간을 투입하는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는 힘 조절을 잘해서 가급적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지양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셋째, 주 4회 이상 운동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약속이 ‘일’과 ‘나’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다짐에 가깝다면,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오롯이 ‘나’를 위한 약속이다. 2020년-2021년에는 ‘주 4회 운동’이라는 루틴이 잘 지켜졌다.

야근을 하든 술약속이 있든 집에 오면 무조건 20분 운동하고 자는 게 습관이었던, 뭐 그런 때도 있었다.(믿기 힘들지만…)

하지만 모든 신부들이 그렇듯이 결혼식 이후로 긴장이 풀리면서 운동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2022년 연말에는 한 달 내내 한 번도 운동을 하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당연히 체지방은 전보다 4kg 정도 늘어났고, 몸이 무겁고 바지가 안 맞아서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는 다시 주 4회 운동이라는 루틴을 정상화하고, 조금 더 건강한 한 해를 보내려고 한다.


넷째, 월 2회(둘째 주, 넷째 주 주말) 글을 쓰고 올린다.

2021년 지옥 같은 한 해를 보내며 한 가지 얻은 수확이 있다면, ‘글쓰기’의 위력이다.

글을 씀으로써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고, 나의 솔직한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 브런치에서 내 이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내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글쓰기가 나의 삶에 미친 영향력은 강력했으며, 앞으로도 나는 이 행위를 계속 꾸준히 이어가고자 한다. 22년에는 결혼식과 여행, 이직이라는 변화로 인해 미처 글을 쓸 여유 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쓰려니 감을 잃어서, 단어를 이어 붙여서 문장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23년에는 “매 월 둘째 주/넷째 주 주말에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글을 쓴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꾸준히 일상에 대해, 업무적 성취에 대해 기록을 남겨두려고 한다.


1월 1일에 네 가지 다짐을 하고, 2주가 지났다.

아직 새해가 된 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나는 이따금씩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다 혼자 제풀에 지친 적도 있었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기도 했으며, 운동은 주 3회 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네 번째 약속은 꼭 지키고 싶어서 1월 둘째 주 일요일에 이 글을 남긴다.

2023년 12월 31일에 부디 올 한 해를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삶, 그 자체로 평온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긴 글을 마친다.


모두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의 이전글 퇴사 1년,N잡으로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만족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