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차 내 맘대로 좀 씁시다!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꿀 같은 휴가, 연차. 휴식을 위해서도 쓸 수 있고 급한 일이 있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연차다. 법적으로도 보장되는 연차이며 사전에 미리 연차 계획만 알리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연차 사용할 적마다 유독 부담을 갖게 만드는 직장 상사들이 있다.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눈치를 봐가며 연차를 써야 하는 건지 은근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어차피 결제해줄 거 기분 좋게 컨펌 해주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는 건지 괜히 얄밉기도 하다. 정작 본인들은 쿨하게 연차를 쓰면서 말이다. 연차 쓸 때마다 자꾸 부담 팍팍 안겨주는 직장 상사의 유형을 살펴보자.
연차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구구절절한 사유가 필요한 것일까? 경위서서도 아니고 보고서도 아닌데 말이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연차를 쓰겠다는데 구태여 그 개인적인 사정을 일일이 열거하라는 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도 지켜야 할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고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 연차 계획서에 단순히 연차 사용을 하는 사유가 짧다고 해서 사생활에 대해 언급하라는 것은 직권남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가끔은 왜 꼭 사유를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주중에 연차를 쓸 때는 크게 물어보지 않다가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나 샌드위치 연휴가 껴 있어 연차를 쓸 때 꼭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상사들도 있다. 놀러 가는 것이냐, 친구랑 가냐, 애인이랑 가냐, 언제 오냐, 등 결재 칸에 사인을 하고 난 후에도 집요하게 캐묻는다. 30초면 충분히 결재를 득할 법도 한데 이런 상사한테 결재를 받으려면 족히 5분은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한다. 도대체 왜 내가 언제 연차를 쓰는지, 왜 쓰는지, 누구랑 놀러 가는지, 그런 게 궁금한 걸까?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서 회사의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버리는 직장 상사는 정말 최악 중 최악이다. 연차를 쓸 때 회사의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기본 태도, 그런데 그렇게 고려해서 기안을 올렸는데 깡그리 무시하면서 나의 연차 사용 날짜까지 지정해주는 건 도대체 어떤 상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만약 상사라 하더라도 공손하게 부탁했다면, 그리고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면 바꿀 용의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한 치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
어느 바보가 자기 연차를 계획성 없이 쓸까? 아마 정상적인 직장인이라면 보다 전략적으로 연차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연초에 연차 사용 1년 계획서를 쓰는 곳도 많으니 말이다. 어쨌든 매년 나에게 주어지는 연차의 개수,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바로 나 본인이며 얼마큼 쓰고 남았는지 정확한 셈을 하는 것도 나다. 그런데 매번 연차를 쓸 때마다 ‘연차 사용이 너무 잦은 것 아니야?’, ‘연차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등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흘기는 상사를 볼 때면 정말 왜 저럴까 싶다.
좀 전까지 부드러운 표정이었는데 ‘연차 사용 계획서입니다. 결재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에 금세 상사의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이 감돌기 시작한다.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딱히 무슨 질문이나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연차 사용 계획서에 결재 사인을 해 줄 거면서 도대체 왜 사람 마음 찝찝하게 불쾌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내가 연차 쓰는 게 못마땅해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만약 상사가 연차 때문에 며칠 자리를 비울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나도 함께 저런 표정을 지어줘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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