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기대했던 30대의 모습, 하지만 현실은?
비록 지금은 힘들어도 서른 즈음이 되면 뭔가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가사를 듣다 보니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 설렘, 이 모든 것들이 그냥 허무하게 텅 비어버렸다. 물론 30대를 맞이한 것이 우울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내가 상상했던 모습,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 가끔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데, 카리스마를 잔뜩 뽐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여전히 어른 아이인 듯한 느낌이 들 때 말이다. 30대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됐던 현실 공감 이야기, 지금부터 들어보자.
철없던 10대와 열정의 20대를 보내고 난 후 뭔가 점잖은 느낌이 나는 30대가 되면 바르고 고운 말만 사용할 줄 알았다. 직장도 다니고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있다 보니 말과 행동을 좀 더 신경을 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는 격식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흘러 나이만 먹고 몸집만 커졌을 뿐, 마음만큼은 한창 놀던 그 시절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거친 말은 물론이거니와 나름 신조어까지 섞어 가면서 입담을 뽐낸다.
학창 시절 늘 한정적이었던 용돈, 용돈을 올려달라는 간곡한 부탁은 어림도 없었다. 처음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땐 사회 초년생이라 월급도 적고 학자금 대출도 갚고 해야 하다 보니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그래서 30대가 되면 어느 정도 월급도 오르고 돈 쓰는 것에 요령이 생겨 큰 걱정 없이 살 줄 알았다. 이 역시 크나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20대가 돈 걱정이 덜한 편이었다. 30대가 되니 예상하지 못 한 지출 항목이 많아졌다. 게다가 결혼과 출산, 육아, 집 장만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생기면서 그 어느 때보다 돈 걱정이 늘었다.
대학입시를 위해 질릴 정도로 공부를 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는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로 밤을 불살랐다. 그렇게 취업 후 업무를 조금씩 배워가며 차근차근 경력만 쌓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학생 때보다 더 치열한 곳이 바로 직장이었다. 나보다 스펙이 뛰어난 사람들은 많았고 인사고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의 기회나 연봉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꾸준히 개발해야 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진정한 생존 공부가 필요한 때가 바로 30대였다.
무심코 내다본 바깥 풍경, 정말 수없이 많은 집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저렇게 많은 집 중에서 설마 내 집 하나 없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세금조차 마련하기 힘들어 월세로 매달 피 같은 돈을 꼬박꼬박 지출하고 있다. 20대부터 차곡차곡 부어 온 청약은 언제쯤 빛을 발하게 될까? 큰 평수는 고사하고 정말 작은 평수의 집이라도 30대가 되면 어느 정도의 대출을 받아 마련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득한 먼 이야기일 뿐이다.
진로를 결정하고 직장을 갖게 되고 어느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후 30대가 되면 내 분야에서는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직장도 소득도 안정되다 보면 삶 자체도 많이 안정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10대 방황하던 시절보다 더 방황하는 것이 30대였으며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의 늪에 빠져 있다. 결혼은 내 삶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 같았다. 마음의 안정, 경제적인 안정, 도대체 언제가 돼야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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