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모두 다 이곳 작품이라고?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스튜디오 지브리!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이란 뜻의 지브리는 일본을 넘어 이제는 세계 애니메이션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중심으로 30여 년간 어른들도 동심에 빠져들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주옥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만 했다 하면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10편을 선정해봤다. 극장판과 TV시리즈 애니메이션부터 장/단편 애니메이션까지 동심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작품을 소개한다.
2030세대들에게 아직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천공의 성 라퓨타>는 1986년 개봉된 애니메이션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성 라퓨타 제국과 그 성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하는 전설의 비행석을 둘러싼 모험을 그렸다. 개봉 당시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득 하늘에 무언가 떠 있을 것 같아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라퓨타 신드롬’이 일기도 했으며, 오스카영화제 일본영화 베스트 10의 1위, 일본영화부흥 특별상 등 수 많은 상을 수상했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이사온 11살 사츠카와 4살 메이 자매와 신비로운 숲의 정령 토토로의 만남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린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 작 가운데 하나로, 어린이들의 동심과 사실적 배경이 잘 어우러져있어 어른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주제곡 <이웃집 토토로>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가사를 쓰고 이노우에 아즈미가 불렀으며, 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흠뻑 젖은 토토로를 만난다면 꼭 한번 우산을 빌려주고 싶게 동심을 싹 틔어준다.
매일같이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고생 ‘하루’에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온 고양이 한마리, 그 고양이는 다름 아닌 고양이 왕국의 ‘룬’ 왕자였다. 자신과 결혼해달라는 룬의 요청과 고양이 떼에게 끌려 들어가게 된 고양이 왕국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 하루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들의 마음 한 구석에도 ‘저런 곳이 정말 있다면 고양이가 되어도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 준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과 각본을 동시에 맡은 처음이자 마지막 시대극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에서 타이타닉이 개봉되기 전까지 누적 관객수 1300만 명으로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다. 한국에서는 원령공주로 알려져 있으며, 어른들이 봐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이 갖춰져 있다. 숲 속에서 신들을 배척하고 인간을 위해 마을을 발달시키는 에보시와 자연을 지키며 인간을 몰아내고 싶어하는 신의 대립 구도가 한 시도 눈을 땔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의 온갖 정령들이 찾는 온천장을 배경으로 소녀 치히로의 모험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치히로의 성숙한 변화를 그린 성장영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노동과 전통, 황금만능주의, 자연, 우정 등과 관련된 다양한 화두를 주인공 치히로의 성장담 안에 함께 엮어냈으며, 자기 안의 강인함과 가능성을 깨닫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으며, 앞서 2002년에는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19세기 말 유럽을 배경으로 모자상점에서 일하는 소녀 소피가 우연히 왕실 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되고, 하울을 짝사랑하는 마녀의 주문으로 90살 할머니로 변한 뒤 하울이 움직이는 성 안에서 함께 신기한 모험을 하며 사랑을 이어나가는 내용을 그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의 동화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공상소설 일본어 번역판인 <마법사 하울과 불의 악마>를 미야지키 하야오 감독이 각색해 만들었다. 개봉 44일만에 1천만명의 관객을 이미 넘어섰으며, 한국에서도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1년 개봉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원작과 각본, 감독 3부분을 미야자키 감독이 전부 맡은 이후 7년만에 다시 3부문의 제작을 맡아 눈길을 끈 <벼랑 위의 포뇨>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소원을 가진 꼬마 물고기 포뇨와 5살 소년 소스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의 꿈을 꾸던 포뇨는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인간(반인어)의 모습으로 변화며 영화의 끝을 맺는다.
노사카 아키유키의 소설을 1988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한 1시간 30분짜리 작품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반전의 메시지를 과거에 일어난 전쟁을 넘어 현대 인간의 문제에까지 접근시켰으며, 일본을 전쟁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표현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얼굴이 찌푸려지는 스토리일 수 있으나 전쟁 당시의 사실적인 생활 묘사와 치밀한 배경 묘사가 전쟁의 참혹함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섯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인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국에서 월트 디즈니사와 함께 협력해 1989년 개봉했다. 인간 아빠와 마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키키는 13살이 되던 만월의 어느 밤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집을 나와 마녀 수업을 떠나고 바다에 있는 커다란 마을에 정착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렸다. 키키에게 도움을 준 돔보라는 친구가 비행선 사고 현장에 있는 것을 알고 청소부의 대걸레를 빌려 마법을 사용해 돔보를 구출하러 떠나는 내용과 함께 두 사람의 우정을 그렸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도쿠마쇼텐, 니혼코쿠, 니혼TV가 공동으로 제작한 붉은 돼지는 중년이 된 자신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밝혔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감독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난 이 애니메이션은 결말을 확실히,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며, 일본을 비롯한 동양의 색채가 거의 담겨있지 않아 서양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