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관련된 잘못된 속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콧물, 코막힘, 기침, 발열 등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지긋지긋한 감기를 떼어내기 위해 가까운 병·의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증상을 완화시키곤 하는데, 종종 병원 진료와 약물 복용을 거부하며 감기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사실인 양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마시거나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속설들을 맹신했다가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또는 진실로 오해하기 쉬운 감기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매년 겨울철이 다가오면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연례행사처럼 독감 예방주사를 맞곤 한다. 그런데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방심했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질병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섭씨 38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하거나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이나 근육통이 생긴다. 또한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반면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이 코나 목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으로, 코가 막히거나 목이 아프고 1,2일 뒤에 증세가 최고조에 이르며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치유된다. 따라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더라도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독감 예방 백신이 극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사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라,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는 주사일로부터 2주 뒤에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그 사이에 일반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독감 예방주사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흔히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추위와 감기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건조한 공기가 감기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건조해진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보다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환기를 잘 하지 않아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잘 시켜주는 것이 좋겠다.
감기에 걸렸을 때 전기장판을 켜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땀을 흘리거나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빼고 나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감기에 걸렸을 때 땀을 흘리고 나면 감기가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속설일 뿐 단순히 몸의 온도를 높여 땀을 빼는 것만으로 감기를 치료할 수는 없다. 오히려 몸의 온도를 높이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회복돼 감기가 낫게 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감기로 병·의원이나 약국을 방문했을 때, 감기약을 먹으면 잠이 온다며 졸리지 않은 약으로 처방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감기약이 졸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감기 증상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콧물과 재채기인데, 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항히스타민제가 중추신경을 작용해 졸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만 약물의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작업이나 운전 등을 해야 한다면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기약을 복용할 때 항생제를 함께 복용하면 더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인데, 항생제는 세균을 없애는 약이기 때문에 감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 항생제는 중이염, 축농증, 폐렴, 요로 감염과 같은 세균성 감염일 때 복용하는 약물인데, 일반적인 감기에는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과다 복용할 경우 내성을 키워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일반 감기라고 확실하게 진단을 받았다면 항생제 복용을 피하도록 하자.
비타민C를 섭취하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감기에 걸렸을 때가 아닌 감기에 걸리기 전, 그러니까 평소에 비타민C를 섭취했을 때의 이야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기에 걸리기 전 1일 200mg 이상의 비타민C를 섭취할 경우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 후 복용한 비타민C는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이는 데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기를 빨리 이겨내려면 평소에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아직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몇몇 어르신들은 여전히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고 믿는다. 물론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한 방송사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소주 한두 잔을 마셨을 대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알코올은 위장과 간의 기능을 저하시켜 전체적인 컨디션이 저하되게 만든다. 따라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기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더 도움이 되겠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편도염이 심할 때 단순히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일 뿐, 아이스크림만으로 목감기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감기는 목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턱대고 아이스크림을 섭취했다가는 소화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 섭취해야 한다.
감기 바이러스는 타액을 통해 전파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린 사람과 같은 컵을 사용해서도, 키스를 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감기가 옮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감기 환자의 타액에서는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기 환자의 콧물이 묻은 손을 눈이나 코에 갖다 대면서 전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감기 환자는 자신의 콧물이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손을 자주 씻어 전파를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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